러 축구장 건설 북한인 100여명 ‘노예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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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0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축구장 건설현장에서 이른바 '노예노동'에 내몰리고 있다고 노르웨이 매체가 고발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노르웨이 매체(Josimar Football Magazine)가 28일 고발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월드컵 축구 경기장 공사 현장에 투입된 북한 노동자의 실태는 참혹했습니다.

적어도 110명 이상으로 알려진 북한 노동자들은 엄격한 감시와 통제 속에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자정까지 건설 노동에 투입되지만 이들이 하루 버는 돈은 미화 10달러 정도 밖엔 되지 않습니다.

건설 현장 주변의 철제 화물 컨테이너 임시 숙소에 머무는 이들은 마치 로봇 같다고 러시아 동료 노동자는 증언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러시아말도, 한국말도 하지 않으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여가 활동 없이 계속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8년 월드컵 경기가 개최될 예정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축구장은 2006년부터 북한 출신 노동자를 포함한 수천 명의 이민 노동자들의 심각한 노동 착취 속에서 공사가 진행됐지만 갖은 비리 등 어려움으로 11년 째 완공되지 못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몰도바, 우크라이나 출신 등 여러 이민 노동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북한 노동자가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른바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이 매체의 전언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축구장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가 숨지는 등 2016년 한해 러시아에서만 북한 노동자 1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북한 노동자의 잦은 사망 사고는 현지 건설업체들이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무리한 작업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2016년 당시 유엔의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해외 북한 노동자를 ‘노예’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 당국은 더 많은 해외 외화벌이 노동자 수출을 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의 말입니다.

란코프 박사 :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현지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값싼 임금으로 대체하고 있고, 북한 당국이 필요로 하는 외화를 벌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 속에서도 북한 노동자 파견 확대에 합의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29일 서울에서 강연에 나서 "우리는 민간 영역이나 대량살상무기와 무관한 분야에서는 북한과의 협력을 중시한다"며 "이는 어떠한 제재나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앞서 28일 미국 국무부 측은 북한의 노동자 수출이 북한 정권에 상당한 수익을 제공하고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난해 3월 발동한 대북제재 행정명령 13722호에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 권한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동맹국, 동반자국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