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외노동자 “외국생활 환상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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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중국의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소식이 알려지면서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세계 언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미국 국방 일간지인 스타스 앤 스트라입스(Stars and Stripes)가 지난 12일 북한 해외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상을 소개했습니다.

이 매체는 AP통신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과 가진 인터뷰를 인용해 세계 각지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 노동자의 실상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2000년대 초 중국 북동부의 달리안, 즉 다롄에서 식당 종업원을 했던 리성희 씨는 “북한 여성들은 외국식당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면서 너도 나도 외국에 있는 북한 식당으로 나가기 위해 뇌물까지 바쳤다고 말했습니다.

90년대 말 쿠웨이트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림일 씨는 “외국에 일하러 나가게 되면 좋은 담배를 피면서 멋지게 맥주도 마실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모두 그림이 떡”이었다며 “외국에서 3년 정도 일을 하면 텔레비전과 녹음기, 그리고 냉장고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이들 선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탈북한 뒤 남한에 정착한 림 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 착취였지만 그 당시에는 해외 노동이 대단한 특권으로 여겨졌다”고 밝혔습니다.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러시아 시베리아에 있는 벌목 현장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했던 김세길 씨도 “외국으로 일을 나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뻐했는데 그 때가 내 생애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상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식당 종업원이었던 리 씨는 손님이 강제로 술을 부어도 북한 당국이 책정해 놓은 외화벌이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마셔야 했고, 목표액을 벌지 못한 동료 여종업원은 남자 손님과 잠자리까지 함께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쿠웨이트에서 건설노동을 했던 림 씨는 당초 북한 당국이 약속했던 월급 120달러를 한번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으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한 밤 중에 다른 공사장에 나가 일을 해야 했다며 고통스런 기억을 떠 올렸습니다.

시베리아에서 트럭을 몰았던 김 씨의 경우, 벌목 현장에서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숨지는 북한 노동자를 많이 봤다면서, 시체는 겨우 얼굴만 헝겊으로 가린채 몇 달동안 빈 건물에 방치해 놓곤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벌목공들은 일을 마치고 나면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꼬마’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소박한 자유는 누릴 수 있었다며, 어느 누구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았다고 김 씨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