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가 자신이 소속된 북한 건설 회사의 전횡을 고발하고 나섰습니다. 회사 사장들은 노동자들이 각종 명목으로 매달 바치는 상납금의 절반가량을 국가로 보내지 않고 개인적인 축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연해주는 북한 노동인력과 관련해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곳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주로 현지 건설 현장에 많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는 2만에서 3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그 중 연해주 지역에 1만 명에서 2만 명, 또 극동 항구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만 3천 명에서 5천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이 지난달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북한 노동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연해주에 나와 있는 북한 회사는 모두 15개 사로 그 중 ‘릉라도’, ‘젠코’, 그리고 ‘철산’ 등 3개 사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월 중순 러시아 연해주 현지에서 만난 북한 건설 노동자 김 모 씨는 이러한 북한 회사 사장의 노동자 임금 착취와 개인적 축재 문제가 도를 넘어섰다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김 씨:북한 정부에서 해외 인력 수출을 많이 하는데 노동자 생활 보장은 전혀 없고 일부 해외에 나가 있는 회사 책임자들이, 회사 두령들만 돈 떼먹기 좋고, 숱한 돈을 약취한다, 국가에 들어갈 돈을 절반 쯤 떼먹는다고 하십쇼.
김 씨는 북한 회사 사장들이 새로 부임하면 임기 3년 동안 100만 달러를 축재하는 것을 목표로 정한다면서 이런 부조리는 인터넷을 통해 강력히 고발해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 씨: 인터네트에다가 (아주 세게 쏴야합니다.) 재외에 나가있는 매 북조선 회사들, 건설회사 사장들이 돈을 뗀다, 돈을 무지하게 약취한다, 나라 대통령한테는 적당히 바치고, 검열 대표 성원들한테도 적당히 바치고, (개인적 축재 목표가 임기) 3년 동안 100만 달러입니다.
김 씨는 더 구체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에서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의 모든 회사에 대해 특별 재정 검열에 나서야 하며 여기에는 북한 당국자 뿐 아니라 유엔 등 국제기구도 함께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씨:국제사회에서, 유엔이면 유엔이 달라붙어가지고, 가령 이 회사에 (노동자) 인원이 몇 명인데 이 건물 유지하는데 한 달 세금이 얼마냐, 노동자한테 얼마씩 받아 내냐, 그러면 나머지는 다 어디 가냐, 그러면 다 국가에 들어간다고 할 겁니다. 근데 그게 절대 아닙니다. 절반은 지(회사 사장)가 먹는 것입니다.
북한 상층부에서 눈감아 주면 검열단원 성원들이 현지 사장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무마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인데 그는 북한 당국이 국제 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수감 환경이 월등히 뛰어난 이른바 ‘인권감옥’을 증산교화소 안에 따로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자신과 같은 건설 노동자들은 매달 북한 회사에 러시아 화폐로 4만 루블, 미화로 8백 달러 가량을 반드시 납입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른바 ‘개별청부생’으로 회사일은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일감을 구해 노동을 하면서 매달 상납금을 바쳐야 하며, 그 이후 더 버는 돈만 자신의 소유가 된다고 소개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연해주 지역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매달 회사에 바치는 상납금은 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3만 루블(미화 6백 달러), 3월과 4월은 3만5천 루블(미화 7백 달러), 그리고 공사 성수기인 5월부터 11월까지는 4만 루블(미화 8백 달러) 정도입니다.
거기다 ‘개별청부생’으로 숙소 생활을 하지 않는 데 대해 또 매달 3천 루블(미화 60 달러)을 회사 중간 관리자에게 건네줘야 한다고 김 씨는 덧붙였습니다.
그는 가령 북한 노동자 한 명이 매달 상납금으로 미화 800 달러를 회사에 납입하면 북한 당국으로 들어가는 금액은 그 절반인 400 달러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나머지 400 달러는 소액의 숙소 운영비와 세금 등을 제외하곤 전부 회사 사장 개인 주머니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한편, 올해 초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이 하루 최소 12시간 이상을 일하며 임금은 약속된 액수의 10%를 받거나 아예 못 받기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