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시장 유례없는 진전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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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시장경제로 인한 사회 변화상을 짚어보는 토론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시장경제 의존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역대 사회주의 국가들 중에서 북한만큼 시장화를 진전시킨 사례는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온누리교회 통일위원회가 30일 개최한 ‘북한의 장마당과 사회변화’라는 이름의 토론회에서 “북한 경제분야에서 최고사령관은 김정은이 아니라 시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시장이 계층과 관련없이 주민 대다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 북한의 핵심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당원이든, 당원이 아니든 다 시장을 통해 먹고 살고 있습니다. 북한의 모든 계층, 모든 학력 수준, 지역적 차이와 관계 없이 다 시장을 통해 먹고 사는 겁니다.

김 교수는 북한 주민들의 소득 가운데 평균 70%이상이 ‘비공식 소득’이라는 내용을 담은 통계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이 비율은2002년 이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공식 소득’이란 북한 주민들이 정식으로 속해 있는 기업소나 기관으로부터 받는 소득을 제외한 것입니다.

김 교수는 “북한에서 4인기준 가족의 한달 생활비는 북한 돈 50만원”이라면서 “하지만 공식 직장으로부터 3000원에서 12000원정도 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돈을 어떻게 벌까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 북한에서 공식경제가 비공식경제에 기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이라는 것은 북한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생활공간이자 생존터전입니다. 이것이 좀 더 확장되면 북한 정권 존립에 위험 요인이 될 것입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장활동 경험이 있는 주민들의 경우 김 씨 일가에 대한 숭배심이 떨어진다는 연구내용도 발표됐습니다.

현인애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의 의식변화가 참가하지 않는 사람보다 뚜렷하다”면서 “2011년 이후의 시장참가자는 김 씨 일가에 대한 숭배심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을 ‘시장세력’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한 ‘수탈구조’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당부터 장사꾼까지 공생관계”라고 말했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시장 세력은 일반주민과 매대상인, 보따리 상인과 같이 시장 생활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계층뿐만이 아니”라면서 “북한은 시장을 통한 수탈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시장에서 상호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개인, 집단, 당국을 총칭해 시장세력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