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해외주재 무역일꾼들에 외화벌이 업무 외에 '융성사업'이라고 하는 각종 과제를 따로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 합니다.
북한당국이 해외주재 무역일꾼들에 외화벌이 외에 이른바 ‘융성사업’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업무를 부과하고 있어 이를 수행하느라 무역일꾼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외화벌이 일꾼들과 친분이 있는 조선족 사업가 김모 씨는 “조선 무역 주재원들은 외화벌이 업무 외에 자국 내 여러 기관들이 따로 부과하는 과제로 크게 시달리고 있다”며 그 실상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외화벌이 업무 외에 ‘융성사업’이라고 불리는 이 과제들은 “중국에 거주하는 남한 사람들의 동태파악과 중국 내 각종 정보수집, 북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물품이나 기술관련 정보수집, 그밖에 인력수출을 위한 기업 찾기, 나아가서는 해외지원단체(NGO나 종교단체)로부터 지원 유치사업 등 매우 다양한 과업들”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입니다.
김 씨는 그러면서 “이런 융성사업 과제는 외화벌이 성과 못지않게 무역 주재원들에 대한 평가에 큰 잣대로 작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해외에 파견하는 외화벌이 일꾼은 소속 단위에서 선발하기 때문에 소속단위가 부과하는 외화벌이 성과가 주재원 평가의 가장 큰 요소입니다. 하지만 융성사업과제는 소속단위 외에 다른 기관에서 내려 매기는 경우도 있어 융성사업 실적이 부진한 요원들을 소속단위로 하여금 교체토록 압력을 넣는다는 겁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무역 주재원들은 본국으로 소환되지 않기 위해서 소속 단위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이 내리는 융성사업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한편 이 같은 융성사업 과제는 무역 주재원들뿐만 아니라 외화벌이 식당 지배인들에게도 부과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단둥의 조선족 사업가 이모 씨는 “단골로 자주 가는 북한식당 지배인으로부터 남한산 꽃씨와 볍씨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아마도 융성사업 과제로 받은 임무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는 또 “날짜 지난 것도 좋으니 남조선 신문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있다”면서 “상급기관의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