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성이 가장 심한 노동 도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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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에서는 여성이 가장 힘든 노동을 떠맡고 있다고 전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이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익명을 요구한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 출신 인사는 한 여성이 양 어깨에 커다란 나뭇짐을 메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 북한에서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외교관은 평양에서 원산으로 가는 길에서 이 여성이 나뭇짐을 메고 힘겨워하며 소리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News(Memories of Pyongyang: Citizens and Expats Reminisce about North Korea Life)는 최근 평양 거주 경험이 있는 외국인과 평양 시민 등 7명을 대상으로 북한에서의 생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이 외교관은 교외로 나갈 때마다 북한 여성이 가장 혹독한 노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평양이나 외곽에서 추운 겨울 아침 여성들이 쭈그리고 모여 앉아 맨손으로 혹은 조그마한 도구를 들고 얼어붙은 길에서 얼음을 깨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남성들은 옆에 선 채 담배를 피우면서 마치 여성들이 노예와 같이 일하는 것을 감독하는 모양새였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왜 힘든 일을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하는지 의아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은 왜 서방세계처럼 눈을 녹이는 데 사용되는 염화칼슘과 같은 제설제나 제설용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또 여성들이 무더운 여름날 먼지나는 큰 길에서 몇 시간씩 먼지를 쓸거나 시골 아낙들이 무거운 짐을 자전거 뒤에 실어 나르는 모습도 종종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4년 탈북한 영국의 인권단체 유럽북한인권협회 박지현 간사는 북한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하찮은 존재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간사 : 저희 어릴 때부터 남녀평등권이라는 법령에 대해 들었지만 북한은 가부장적 사회이다 보니 여성들은 언제나 남성들의 발 밑에서 살아 가는 그런 사람들로 살았던 것 같아요.

북한은 일본 식민치하에서 해방된 이듬해인1946년 7월 30일 ‘조선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공포하고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남녀평등이 실현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1987년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했습니다.

박 간사는 그러나 장마당에 나가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한편 겨울철에는 얼음을 깨 빨래를 하고, 장작을 패 밥을 짓는 등 가사노동과 경제활동의 2중고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은 ‘인권’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