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의 큰 종합시장을 중심으로 상표가 없는 정체불명의 기초화장품이 대량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흥시 과학원에서 만들었다는 화장품은 겉면에 상표나 품질 보증 안내문이 없어 피부손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개인들이 만든 크림이나 로션 등 기초화장품이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안남도 평성시의 한 주민은 29일 "원산지가 함흥으로 추정되는 물크림(로션)과 영양크림이 전국의 장마당에서 미화 5달러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면서 "가격도 비교적 괜찮고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젊은 여성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골목 화장품 상인들이 젊은 여성들을 세워놓고, 이 크림을 바르면 피부가 금방 하얗게 되고, 매끄럽게 되는 아주 좋은 국산 화장품이라고 속여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면서 "중국산 화장품 보다 가격이 저렴해 적지 않은 여성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큰 화장품 매대에는 한국산 미쟝센, 케라시스 등 기능성 화장품들도 은밀히 팔리고 있는데, 이것들은 가격이 20달러대라 비싸서 일반 사람은 쓰지 못한다"면서 "함흥시 화장품 제조업자들이 그보다 가격을 낮춰 유통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로션이나 크림에는 상표나 성분을 소개하는 사용 설명서가 없고, 내용물도 중국산 크림단지에 넣어 판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평성 주민은 "북한에서 8.3제품(가내 수공업품)을 아무리 장려해도 개인들이 자체 상표를 달 수 없다"면서 "누가 써보고 좋다고 소문나면 저마다 구입해 쓰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품질감독 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품질보증, 유통기간이 만족되어야 상품을 출시할 수 있지만, 북한의 가내수공업은 아직 수준이 낮다는 지적입니다.
함경남도 함흥출신의 한 탈북여성은 "함흥은 원래 북한에서 화학공업 도시로 소문났다"면서 "전국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북한 화학제품의 90%이상이 함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국가과학원 함흥분원 연구사들은 19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부터 뼁끼(페인트)나 에나멜과 같은 화학제품을 만들어 팔았고, 얼음이라고 부르는 마약도 제일 먼저 제조해 유통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개인들이 만든 화장품이 허술해 당 간부를 비롯한 고위층 자녀들은 한국산 화장품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최근 평양에서 중국에 나온 한 화교도 "당 간부, 보안성 간부 자녀들, 특히 돈을 좀 버는 회사 사장 부인들과 딸들은 한국 화장품을 샴푸에서 크림까지 세트로 사다가 쓴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일반 주민들은 수은함유량이 과도해 인체에 해롭다는 중국산 '비션크림'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데, 이는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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