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묵은 쌀 사료용으로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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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묵은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대북 지원도 고려할 수 있지만, 남북 관계의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장태평 장관은 “쌀 수급 안정화를 위해 2005년에 생산한 묵은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남측 농정 당국의 최고 책임자가 쌀을 사료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한에서 쌀의 적정 재고량은 72만t입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준으로 140만t에 달하는 쌀 재고가 발생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겁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쌀의 재고를 해소해야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쌀을 사료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권태진:

재고가 많아지면 국내 쌀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결국 쌀 생산 농민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것은 결국은 국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봅니다.

남한 내 전문가들은 묵은 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할 경우 매월 3만t, 매년 36만t의 묵은 쌀을 처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에서 쌀의 재고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풍작이 계속됐고, 한국 사람의 식생활 변화로 쌀 소비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쌀 소비량은 2007년 1인당 연간 76.9kg에서 지난해에는 74kg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창고에 쌓여 있는 140만t의 쌀을 유지하는 비용은 올 한 해에만 4천200억 원, 그러니까 미화로 3억4천400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묵은 쌀을 북한에 지원하자는 말도 나옵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장태평 장관도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쌀을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제가 있습니다.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며, 남북관계의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겁니다. 권태진 선임연구위원도 대북 쌀 지원은 현재의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가 나서서 검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국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지속하되 선별적으로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보건의료 분야의 지원과 영유아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은 지속하겠지만, 과거처럼 대규모로 식량을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라고 권 연구위원은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0년에 30만t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매년 평균 40만t에 가까운 쌀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당시 대북 지원을 위한 쌀은 대부분 태국과 베트남 같은 제3국에서 수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