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이 평양시 인근에서 발생한 구제역, 즉 돼지 '수족병'이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보건성 자체로 개발한 백신프로그램을 이용해 구제에 나섰지만, 약품 부족으로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평양과 남포 지방을 잇따라 다녀왔다는 한 북한 주민은 "현재 평양시 사동구역과 낙랑구역 지방에 발생한 수족병(구제역)으로 이 지방의 돼지목장이 전면 폐쇄됐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북한 내부에서는 구제역을 돼지 수족병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 1월 29일 보건성에서 수족병을 막기 위한 방침을 내리고 전염병 확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구제역은 현재 평양시 인근의 돼지목장들을 전부 휩쓸었고 북쪽으로는 평안남북도, 남쪽으로는 황해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보건성은 구제역이 발생한 돼지목장의 돼지를 100% 먹지 말고, 무조건 땅을 1.5미터 깊이로 판 뒤, 묻으라고 지시했고, 도로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차량 이동을 통제하라고 각 지방에 조직된 방역위원회에 강력 주문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현재 보건성 연구소에서 개발했다는 구제역 백신 예방 주사약을 국영돼지목장의 돼지들에게 먼저 주사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평양시 사동구역, 낙랑구역 일대는 중앙당 돼지목장과 호위총국 돼지목장이 집중된 곳으로, 이번 구제역으로 특권층에 대한 돼지고기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편, 구제역 여파로 북한 장마당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하고, 예방주사약은 15만 원으로 급등했습니다.
소식통은 "수족병 발생 이전에 돼지고기 1kg 은 2만 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1만 5천원으로 떨어졌다"면서 "돼지고기 상인들은 현물을 가지고 나오지 못하고 '돼지고기'라는 패쪽을 들고 서있다가 수요자가 나타나면 데리고 가서 몰래 고기를 판다"고 말했습니다.
구제역이 개인 주택으로 확산되자, 주민들이 저마다 예방 주사약을 요구하면서 한 대에 15만원에 거래되는 등 약품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황해도에서 국경지방에 왔다는 량모 주민도 "평양에서 발생한 수족병이 황해도 지방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도로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한 모습을 열차 칸에서 목격했다"면서 "초소에서는 검역증이 없는 차량을 일절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사리원 장마당에서 구제역에 걸린 돼지고기를 사먹고 열이 나는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방 당국은 "장마당 돼지고기를 절대 사먹지 말라"는 주의보를 내린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월 23일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유엔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작 한국정부의 지원의사에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