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당국이 모내기를 비롯한 금년도 봄철 농사에 군 장병들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농사일에 군인들을 동원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있어온 농촌 지원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최근 중국방문에 나선 함경남도 주민 구 모 씨는 “금년도 모내기는 군에서 책임지고 끝을 내라는 김정은 장군의 지시가 있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농촌 모내기는 군부대를 비롯한 전 주민이 협동농장을 지원하는 형식이었지만 금년의 경우, 모내기 일을 아예 인민군대가 중심이 되어 책임지고 수행하라는 지시가 내렸다는 말입니다.
이 같은 지시를 내린 배경에 대해 구 씨는 “농촌의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난으로 굶주리다보니 허약환자(영양실조 환자)가 넘쳐나는 바람에 농장원들의 결근이 너무 많아 모내기 작업을 제 때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농촌 지역의 식량난은 황해도처럼 최악의 상황은 아니더라도 모든 지역에서 아사자가 나올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구씨는 “굶주림 끝에 허약병(영양실조)에 걸려 집에 누워있는 농장원들을 집에까지 가서 확인해본 당국자들도 출근하지 못하는 농장원들을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농촌의 협동 농장에서 농장원들의 결근이 많은 것은 북한당국의 과도한 군량미 징수로 가을 추수후에도 농장원들에 대한 분배가 거의 없는 탓에 농장원들이 근로의욕을 크게 상실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평안북도 주민 문 모 씨는 “농장원들 중에는 농사를 지어봐야 어차피 군인들이 다 가져갈 것이니 모내기도 군인들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면서 “풍년이건 흉년이건 간에 가을 분배가 없을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아예 노골적으로 배 째라는 식으로 농장 출근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장을 책임지고 있는 농장 관리위원장이나 분조장들은 매일 아침 농장원들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출근하도록 사정하는 일이 주 업무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농장원들의 출근율은 30%도 안된다”고 이들은 증언했습니다.
이들 주민들은 “농장원들의 출근이 이처럼 저조한 탓에 이를 방치했다간 금년도 모내기가 엉망이 되어 알곡 생산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다급한 판단이 모내기를 군대에 책임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노동신문을 비롯한 선전매체들은 알곡생산 목표달성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주문하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으나 어느 해보다 심각한 비료 부족과 농장원들의 근로 의욕 저하로 금년도 북한의 알곡 생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