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주 카드’ 꺼낸 북한 긴장•경제개선 ‘투트랙’

1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에서 박봉주 당 정치국 위원(좌측)이 신임 내각총리로 임명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캡처된 화면은 지난 2011년 1월 13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박봉주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포유리병공장을 현지시찰하는 모습.
1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에서 박봉주 당 정치국 위원(좌측)이 신임 내각총리로 임명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캡처된 화면은 지난 2011년 1월 13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박봉주 당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포유리병공장을 현지시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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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개혁 성향의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히는 박봉주 전 당 경공업부장을 새 총리로 임명한 건 미국, 한국과 군사적 긴장을 계속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경제협력 강화로 경제난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1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신임 내각 총리로 임명된 박봉주 전 당 경공업부장은 몇 안 되는 북한의 대표적 개혁 성향의 경제관료로 꼽힙니다.

물가 폭등 등 부작용 속에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2002년 기업 경영의 자율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주도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꺼내 든 ‘박봉주 총리’ 카드가 대내외에 던지는 메시지는 뭘까?

제임스 퍼슨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북한 담당 연구원은 일단 북한이 경제개선에 관심이 있다는 대내적 신호로 분석했습니다.

제임스 퍼슨 박사: 핵과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김정은으로선 주민들이 고대해온 경제적 번영을 실현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존 박 미국 메사추세츠공대 연구원도 주민 삶의 개선이야말로 정권유지에 필수라는 사실을 북한 정권도 인식한 결과로 평가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향한 계속된 군사적 위협으로 긴장을 계속 높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박봉주 카드’의 대외적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이 미국, 한국과는 군사적 긴장을 계속 유지한 채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해 경제난을 돌파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존 박 박사: 북한은 현재 미국,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 않는 듯합니다. 박봉주는 장성택과 함께 북한의 경제안정에 필요한 중국의 지원을 이끌어 낼 적임자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관리들도 박봉주가 개혁 성향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농업과 경공업 분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경제개선 정책을 추진하는 데 따를 물가급등 등 부작용에 대비한 ‘중국 안전판’ 확보 임무가 부여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박 연구원은 따라서 북한이 앞으로 더 많은 북한 내 광산을 중국 측에 개방하고 북중 간 경제특구 공동 개발에도 더 적극성을 띨 걸로 내다봤습니다.

존 박 박사: 현재 김정은 정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외화 확보입니다. 북한은 중국과 교역을 늘리는 등 경제협력을 더 강화하고 노동자 파견도 확대할 걸로 예상됩니다.

한편, 퍼슨 연구원은 비록 박봉주 신임 총리가 개혁적 성향의 경제관료라 하더라도 북한이 경제 개혁이나 개방에 나설 걸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제임스 퍼슨 박사: 김정은이 생각하는 경제번영은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 개혁 개방과는 거리가 멉니다. 여전히 북한 나름의 방식으로 경제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미국과 한국의 대화, 압박 병행이라는 대북 투 트랙 전략에 맞서 꺼낸 북한식 투 트랙 전략.

‘박봉주 총리’ 카드를 내세워 미국, 한국을 향해서는 군사적 긴장을 계속 높이면서 동시에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해 경제난을 돌파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