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돼지고기 값 1주새 30%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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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와 돼지 등 가축에 번지는 전염병인 구제역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는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북한에서는 구제역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최민석 기자가 전합니다.

최근 한국의 축산 농가들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그 원인에 대해 구제역에 걸린 짐승을 매몰시키면서 수요에 비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살 가격이 보름 만에 30% 가까이 올랐습니다. 구제역으로 손님이 반으로 줄었지만 공급량이 워낙 적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뛰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에 서울의 한 도매시장에서 kg당 3천700원에 거래되던 돼지고기는 현재 kg당 8천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달 31일 현재 구제역으로 소 14만 6천 마리, 돼지 298만 마리를 포함해 모두 300만 마리 이상을 매몰시켰습니다.

계속해서 한국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구제역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민관이 총동원되어 구제역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과 한 지맥으로 잇닿은 북한 지역은 완전 다른 분위기입니다.

함경북도 국경지방의 한 소식통은 "청진시 수남장마당에서 31일 돼지고기는 kg당 3천700원에 거래 된다"면서 "이는 5천원에 팔리던 1주일 전에 비해 무려 30%나 내린 가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대북 단파 라디오 방송인 '자유북한방송'도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의 지시로 무산광산 광부들에게 돼지고기를 1kg씩 공급하면서 4천500원 하던 돼지고기가 며칠 새 3천800원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강원도 지방의 돼지고기가 눅어서(싸서) 한때 구제역으로 의심되기도 했지만, 군대들 습격 때문에 주민들이 돼지 키우기를 단념하면서 가격이 낮아졌다"고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구제역 발생 의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의 대북인권 단체인 '구출하자, 북한 민중 긴급행동네트워크(RE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평양시 강동군 구빈리 일대에 구제역이 퍼지고 있다"고 전한바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와 관련해 "북한에 사실 확인을 의뢰했지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최근 보도 자료에서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살다 나온 탈북자들은 "북한에서는 구제역 때문에 돼지를 매몰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반응하고 있습니다.

2008년 한국에 나온 탈북자 김철민 씨는 "북한 사람들은 병에 걸린 돼지라도 섭씨 50도에서 익히면 병균이 죽는다고 생각하고 먹기 때문에 구제역 때문에 매몰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돼지농장은 군부대와 국가보위부, 인민보안성 등 권력기관들이 차지하고 있어 설사 구제역이 발생했다 해도 비밀이 보장될 수 있고, 또 개인들은 집에서 한두 마리 키우기 때문에 구제역에 감염될 위험이 다소 낮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