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선군조선의 지상낙원'이라고 자랑하던 양강도 대홍단군 감자농장이 종자도 못 건질 정도로 농사를 망쳤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감자농사엔 토양이 적합지 않은데다 지나친 비료지원으로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선군시대의 무릉도원’, ‘선군조선의 본보기’로 요란하게 선전하던 대홍단군 감자종합농장이 종자도 못 건질 정도로 농사를 망쳤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대홍단군의 한 소식통은 “대홍단군이 설립된 이래 올해처럼 처참하게 농사를 망쳐 본 적이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종자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 했는데 군량미로 다 거두어 가다나니 농장원들에게는 제대로 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올해 대홍단군의 감자생산 계획이 정보당 48톤이었다며 이 정도면 감자농사가 발전했다는 선진국의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렇게 높은 감자생산계획을 내려 보내는 것과 함께 “대홍단군 농사가 전국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라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대홍단군만큼은 비료와 기름(연료)을 아끼지 않는다”고 농장원들을 격려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성과주의에 급급한 간부들이 과학적 영농체계를 무시하고 지나친 경험주의를 고집하다보니 농사를 망쳤고 그나마 생산된 감자는 군량미로 다 가져가다나니 농장원들은 1인당 밀 30kg, 감자 120kg밖에 차례지지 못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한편 대홍단군 감자농장에서 일한다는 한 농민은 “지리학적 조건이나 농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무작정 감자만 심으라고 하니 농사가 잘 될 리 있겠는가?”라며 “솔직히 대홍단군은 감자농사를 짓기엔 적합하지 않은 토양”이라고 당국의 농업정책을 비난했습니다.
그는 대홍단군 토양의 70%가 수분을 빨리 증발시키는 부석토(화산재)이기 때문에 수분이 많은 땅에서 자라는 감자는 적합지 않다며 오히려 수확을 일찍 할 수 있는 보리나 밀, 사탕무와 메주콩 농사가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워낙 대홍단군은 전국의 본보기 농장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비료와 기름을 많이 받아 왔다며 올해는 ‘새경제관리체계’ 시범농장으로 지정되면서 추가적인 혜택으로 다른 협동농장들보다 다섯 배 정도의 비료를 더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이렇게 지나친 지원이 오히려 농사를 망친 원인으로 되었다며 봄철 가뭄으로 감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데다 비료를 너무 많이 주어 감자알이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나니 올해 대홍단군은 읍농장과 농사동분장, 신사동분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분장들이 정보당 13톤을 겨우 맞추었고 홍암분장과 개척분장은 정보당 11톤 미만이라는 초라한 수확고를 기록했다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