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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국가 배급체계가 마비되면서 어려운 살림에 직면한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도 급속히 확대되는 시장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장마당을 찾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북한 장마당이 급속히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국경지역에 나온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은 “요즘 수남 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의 수가 한 달 전보다 어림잡아 세 배나 늘었다”면서 “배급을 주지 않아 직장에 나가던 사람들이 저마다 장사에 뛰어들고 있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남 종합시장 내부는 물론, 장마당 옆을 흐르는 수성천 동뚝과 ‘메뚜기 장터’에도 사람들이 꽉 들어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전에는 국가가 종합시장 안에서만 물건을 팔게 했지만, 지금은 장마당 밖에서 팔아도 누구도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습니다.
시장 질서를 관리하는 규찰대들도 군복과 군대 신발 등 군품만 내놓고 팔지 않으면 별로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장세를 걷으려는 시장 관리원들과 다투는 상인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청진시에서는 올해 초부터 일반 공장 노동자들에게 식량 배급을 거의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가족들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탈북자 김정철(가명)씨도 국경 근처에 사는 가족들의 말을 인용해 “아침밥도 못 먹고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있어 직장에서는 ‘8.3생산’을 하라고 노동자들에게 시간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8.3생산 명목으로 공장에 일정한 돈을 바치게 하고 사실상 노동자들에게 장사할 시간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가내반이 조직되어 곳곳에서 거리와 마을들에 가설 매대도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김 씨는 설명했습니다. 특히 살림이 어려운 가정, 인민군대 후방가족 등 경제활동 인구가 부족한 세대들부터 매대 설치를 허가해준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때와 지금 상황을 비교하면서 “90년대에는 국가가 인민들을 먹여 살릴 능력이 없어 시장을 허용했는데, 지금이 그때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장마당 확대를 눈감아주는 대신 주민들로부터 각종 세금을 받아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진시에서만 현재 한 가구당 3천 원씩 세금으로 바쳐야 한다고 김 씨는 말했습니다.
이 돈 중 2천원은 평양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지원금’이고, 나머지 1천원은 노병, 노약자, 장애인 등 노인 복지에 쓰일 돈이라고 그는 세금 항목을 설명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세금을 내는 가정들만 장마당 이용을 허가해주는 등 부담을 안기자, 주민들은 국가정책에 대해 더는 신뢰하지 않고 등을 돌리는 형국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