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스위스의 대목장처럼 만든다며 야심차게 착공한 세포등판 개간이 도로 등 기반 시설이 열악해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음부터 성과에 급급하다 보니 목장 건설이 완전히 거꾸로 되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을 왕래하는 국경지방의 한 소식통은 "처음에는 전국이 달라붙어 세포등판 개간 열기가 대단했는데, 지금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면서 "목초지 건설은 대부분 끝났지만, 목장과 주택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강원도 세포군에 다녀왔다는 주민 여론을 인용해 "지원물자를 가지고 강원도 원산을 떠나 세포군까지 들어가는데 꼬박 이틀 걸렸다"면서 "지난해 산사태로 끊어진 일부 도로는 아직도 복구되지 못해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2012년 세포등판 개간을 발기한 이후 성, 중앙기관, 각 도별로 공사를 떼어 맡겨주자, 각 단위에서는 돌격대를 조직하고 등판 개간에 달라붙었습니다.
황무지를 개간하고 풀씨를 뿌리기는 했지만, 도로와 교량 건설이 따라서지 못해 등판 현장까지 드나들기가 매우 어렵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등판 개간은 애초부터 거꾸로 된 공사였다"면서 "먼저 도로를 닦고 하천 정리를 하면서 들어가야 하는데, 도로가 끊기면서 고립무원하게 됐다"고 혀를 찼습니다.
스위스를 경험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천혜의 알프스 산지처럼 대초원을 만든다고 급하게 내밀다보니 기존 목장 건설방식을 무시했다는 설명입니다.
평안북도에서 세포등판 개간에 관여하고 있다는 또 다른 공무원도 "처음에 당에서는 세포등판이 개간되면 우유와 고기가 쏟아진다고 장담했지만, 요즘엔 그런 선전이 수그러들었다"면서 이를 곧이 믿는 주민도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공무원은 "평안북도 여단이 맡은 구간에 축사와 각종 살림집을 짓자면 몇 년이 걸려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세포등판이 다 건설돼도 거기서 일할 인력을 뽑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허허벌판과 인적이 드문 산판에서 썩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강원도 전연 5군단에서 10년간 군사복무를 했다는 한 탈북자도 "세포등판이 건설되는 세포군과 평강군, 이천군 일대는 철령이라는 거대한 산악이 가로막고 있다"면서 "이곳은 도로가 열악해 군인들도 등짐으로 물동을 나르는 험한 산악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위스를 본떠 고기와 우유를 생산한다고 급조된 세포등판 개간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될 전망입니다.
한편, 최근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세포등판 개간을 올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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