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공들여 조성한 라선특구에 투자한 중국인들이 당초 예상치 못한 북한 관료들의 횡포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당국이 각종 법령을 정비하면서까지 외국인 투자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라선특구에 투자한 중국인들이 북한 측의 약속위반으로 낭패를 겪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의 그럴듯한 선전만 믿고 묻지마식 투자를 단행한 중국의 중소 기업인들이 특히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진에 건축 자재공장을 세워 가동한 지 7개월째 된다는 중국 다롄(大連)의 조선족 기업인 홍 모 씨는 최근 자유아시아 방송(RFA)과 만나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성급하게 조선에서 사업을 벌인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홍 씨는 “많은 중국 중소기업인들이 조선의 선전만 믿고 묻지마식 투자를 했다가 망했는데도 여전히 나선특구에 진출하려는 중국기업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씨는 이어서 “공장부지 무상제공, 한 달 300위안 정도의 저렴한 노임, 세금감면, 제품 매출액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공장 부지 사용료 등 매력적인 조건에 라진에 공장을 설립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홍 씨는 그러나 “조선 관료들의 계속되는 상납요구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미 설비투자에 들어간 투자비 때문에 사업을 접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매출액의 1,000분의 1을 요구하던 애초의 조건에서 공장이 돌아갈 만하니 이제는 그 두 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공장 노동인력을 남자가 아닌 연약한 여성만을 보내주어 일에 능률이 안 오를뿐더러 그나마 툭하면 행사동원이다, 교양이다 하며 근로자들을 차출해 가는 바람에 도무지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사업을 위해 라선지구를 자주 방문했다는 조선족 사업가 이 모씨는 “지방 관료들이 개인적인 상납(물품구입)을 끊임없이 요구하는데 그런 데 드는 비용이 전체 노동자들에 지급하는 임금보다 더 많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생산된 제품을 전부 외상으로 공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북한 내에서의 제품판매도 사실상 여의치 않다는 것입니다.
이씨는 또 “겉으로 보기엔 라진 시내 풍경이 활기차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중국인들끼리 장사를 하는 곳이며 외국인과 조선사람의 접촉은 여전히 통제를 받고 있어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