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2010년 특수경제지대와 직할시로 개편한 라선 경제특구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싱가포르의 민간단체 조선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의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Andray Abrahamian) 연구국장은 중국, 러시아와 인접해 개발 잠재력이 매우 많은 라선경제특구에 대한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브라하미안 연구국장: 라선에서 장애가 되는 요소 중 가장 큰 것은 '소통'의 문제입니다. 북한측 협력자와 전자우편을 주고 받을 수 없고, 전화 통화를 하려면 분당 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브라하미안 연구국장은 지난 11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에서 열린 중국, 러시아, 북한 간 두만강 하류 무역 삼각지대 협력에 대한 보고서(Tumen Triangle Tribulations: The Unfultilled Promise of Chinese, Russian and North Korean Cooperation) 발표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습니다.
북한 현지인과 외국인 간 소통이 극히 어렵기 때문에 생긴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체코의 한 회사가 라선 지역에 소규모 맥주 제조 기술과 필요한 기구를 제공했는데, 이후 북한측이 운영하면서 소통 장애로 부품이 고장 나거나 재료가 떨어져도 쉽게 해결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맥주맛을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단체가 공들여 개최했던 연수 행사에 북한측 관리들이 봄철 노동 동원을 이유로 갑자기 참석하지 못한 사례, 수개월 간 외국 방문객 누구나 21일간 의무 격리시켰던 에볼라 조치 등도 외국 기업들이 북한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이유라고 아브라하미안 연구국장은 덧붙였습니다.
아브라하미안 연구국장은 그러면서 라선경제특구가 최근 1년 여 만에 자치구역으로서의 강점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1년에 두 주씩 운영하는 북한 관리들의 경영 연수 등 해외 사업과 관련해 라선 관리들이 이전보다 중앙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설명입니다.
아브라하미안 연구국장은 2011년을 전후해 중국 지린성에서 라선으로 전기를 보내는 사업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추진되어 있었는데 2013년 북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유야무야 중단되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라선의 발전에 매우 중요한 기간시설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것이 전기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또 2010년 경제특구 개발 발표 이후 몇 년간은 라선시 부시장을 중심으로 홍보팀을 꾸려 라선-금강산 유람선 사업 등을 추진했는데, 이후 관리들이 바뀌면서 중단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브라하미안 연구국장은 그러나 라선은 중앙 정부로부터 전자 입국사증을 받아 외국인에게 직접 여행허가서를 발급하고, 외국인에게 라선시 거주권을 주고, 북한 주민에게도 아파트 소유권을 허용하는 등 자치도시로서의 장점도 많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