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구파 ‘경제개혁’ 걸림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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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공장 기업소 지배인들의 권한을 확대시키면서 경제회생을 독려하고 있지만, 노동당과 보위부 체제가 지속되는 한 경제 일꾼들이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북한 무역업자는 "공장 기업소들에 경영자율권을 주는 등 아무리 경제정책을 맞게 편다고 해도 구조적 문제 때문에 성공을 자신할 수 없다"고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평안북도의 한 공장을 실례로 들면서 "지금 조선(북한)에 머리가 좋은 경제 일꾼들이 많지만, 당비서 때문에 정작 손을 못대고 있다"면서 "조금만 바꾸자고 해도 비서가 당정책과 맞는지 두고 보자는 식으로 지배인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공장, 기업소 경영권을 쥔 지배인들 위에 군림하는 노동당 비서체제가 경제일꾼들의 사업의욕을 누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실제로 요즘 생산하는 단위는 몇몇 공장뿐이고, 다른 공장들은 원료와 전기 때문에 생산을 중단하고, 농사에 동원되었다"면서 "인민위원회 부원(공무원)들도 장사하지 않으면 살지 못할 만큼 전부 장마당에 의지해 산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초급 행정 간부로 일했던 한 탈북자는 최근 김정은 체제 들어 노동당의 권한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은 경제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당비서와 당이 있기 때문에 당비서와 모든 것을 협의하고 토론하고, 결정해도 할 거 아니 예요. 지배인 혼자서 회사 사장처럼 결심하고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3년 전 미국에 정착한 이 탈북자는 "경제에 '경'자도 모르는 당비서들은 자기와 맞지 않으면 지배인 하나 잡아넣는 것은 우습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당국이 공장 기업소에 수출까지도 자체로 진행할 수 있다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보위부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탈북자: 보위부가 모든 것을 관리하지 않나요? 외국과 무역을 해도 보위부가 직업 개입하면 그게 어렵지요, 내가 지배인이라고 해도 어려울 거예요.

그는 "예를 들어 지배인이 어느 중국 회사와 거래하다가 문제가 제기되면, 보위부가 지배인을 간첩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이 체제 보안을 위해 보위부 등 공안기관을 강화하면 할수록 부패 고리로 연결된 권력다툼에서 결국 경제일꾼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북한의 감시체제하에서는 경제개혁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 자유민주주의 국가처럼 전문가가 고위관리가 되어 정책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서는 이쪽저쪽에서 감시를 받고 그런 환경 속에서는 개혁정책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레그 사무총장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경제를 중시한다고 해도 체제 일탈 현상까지 묵과하면서 경제개혁파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