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분배감시 요원 비자 거부

2007년 10월 북한에 차관형식으로 남한이 지원한 쌀 40만톤 중 일부가 북한으로 분배되기 시작한 가운데 개성의 제8식량공급소에 주민들에게 배급될 쌀이 쌓여 있다.
2007년 10월 북한에 차관형식으로 남한이 지원한 쌀 40만톤 중 일부가 북한으로 분배되기 시작한 가운데 개성의 제8식량공급소에 주민들에게 배급될 쌀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에 지원한 식량과 의약품의 분배 감시를 위해 민간단체의 관계자가 방북 비자를 신청했지만, 북한 측의 거부로 입국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자를 내주지 말라는 북한 내 심사 기관의 반대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는 북한 주민과 어린이를 돕기 위한 영양쌀과 의약품을 실은 컨테이너 2개를 지난달 북한의 남포항까지 운반했습니다.

곧이어 지원한 물품이 제대로 분배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민간단체의 관계자가 방북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북한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측이 비자를 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민간단체의 대표는 북한이 지원 물품에 관한 정확한 분배를 사전에 약속했고 관계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이를 확인하는 데 동의했지만 결국 비자를 받지 못해 발이 묶여 있다고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또 이 대표는 북한 측의 요구대로 지난달 중국 내 북한 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신청했지만 비자를 내주면 안 된다는 심사 기관 내 반대 의견이 많아 비자 발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남포항에 도착한 지원 물품은 지금도 북한 주민에게 나눠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년째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해 온 민간단체는 과거에도 북한의 임의 분배로 갈등을 빚은 바 있습니다. 북한 측 관계자들이 당장은 정확한 분배를 약속해도 지원할 때마다 말이 바뀌는 데다 "계속 간섭하려면 보내지 마라" 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 분배 감시의 약속이 지켜질 때까지 대북 지원의 연기를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한국에서 북한 내 대학에 기자재를 보낸 단체의 관계자가 물건을 확인하기 위해 남포항을 찾았지만 북한 측이 하역 장소에 관계자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관계자는 북한 측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결국 하역 과정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사정에 밝은 중국 내 소식통은 북한 내 여러 기관이 비자 신청에 관해 심사하는 과정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비자를 쉽게 내주지만 사용처를 감시하기 위한 입국이라면 일부 부서에서 비자 발급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다툼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민간단체의 대표는 비자가 발급되기 전까지 지원 물품을 북한 측에 전달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현재로서 비자 발급이 언제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며 우려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미국의 인도적 대북 지원이 재개된다면 군부와 같은 곳에 전용되지 않고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에게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또 지원된 식량이 필요한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적절히 확인할 수 있어야 식량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