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노동자 대거 철수설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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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파견돼 외화벌이에 나선 건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아실 텐데요, 최근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는 북한 노동자를 실어 나르기 위한 고려항공 여객기가 이례적으로 증편돼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철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급기야 현지 언론이 취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에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은 하나같이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있었다. 오늘만 오후 2시와 4시30분 두 대의 비행기가 북한으로 떠났다”

최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톡 지역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이 ‘북한 노동자 대거 출국중’이라는 글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소문이 급속히 확산됐고 급기야 지역 언론사들이 공항 관계자는 물론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온 러시아 업체를 대상으로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근로자 교체 시기를 맞아 고려항공 여객기가 임시로 증편됐을 뿐 ‘북한 노동자 대거 귀국’ 소문은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습니다.

현지 신문인 베스찌 프리모리예는 매주 한 차례 평양과 블라디보스톡을 오가던 고려항공이 이달 초 특별기를 추가로 임시 투입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파견 근무를 끝내고 북한으로 되돌아갈 뿐만 아니라 여전히 새로 러시아로 들어오고 있다는 겁니다.

이 매체는 특히 성실하기로 소문난 북한 노동자들이 연해주 건설 현장에서 다 철수하면 지역 건설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국영 러시아의 소리 방송도 지난 9일 극동 연해주 지역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최근 고조된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귀국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 역시 북한 노동자들이 연해주 전체 건설부문 노동자의 40%를 차지한다며 한반도 정세 탓에 이들이 대거 귀국해 버릴까봐 건설회사 측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지난 해 상반기 기준 2만 명 수준인 러시아 내 정식 취업 북한 노동자 수는 양국이 노동자 파견 확대를 논의중인 걸로 알려져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관영 매체도 이미 지난해 말 러시아 연방이민국 대표단의 방북과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을 위한 의정서 조인 소식을 전한바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 TV 녹취: 김정은 동지께 보내온 선물을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러시아 연방 이민국 대표단 단장인 아나놀리 쿠즈네초프 부국장이 4일 해당부문 일꾼에게 전달했습니다.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건설, 벌목, 농업 현장에서 주로 이뤄져온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이 한반도 긴장 국면과 상관없이 더 확대될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