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올해 농사가 잘 된 것이 북한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위 현대판 '지주'로 불리는 북한의 돈 많은 장사꾼들과 고리대금업자들이 농사 풍년으로 본전도 못하게 됐다며 아우성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작년 가을걷이가 끝난 2012년 10월 말, 북한 함경북도와 양강도의 장마당들에서 강냉이가격은 kg 당 북한 돈으로 4천원이었습니다. 장마와 태풍피해로 농사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식량난으로 허덕이는데 그러한 기회를 악용해 숱한 돈을 챙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봄에 식량을 꾸어주고 대신 가을에 곱절로 현물을 받아낸 이른바 북한판 ‘지주’로 불리는 고리대금업자들과 쌀장사꾼들이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쌀값이 가을걷이 이전의 3분의 1로 뚝 떨어지면서 쌀장사꾼들과 고리대금업자들이 아우성”이라며 “올해는 쌀값이 너무 내려가 봄에 식량을 꾸어준 사람들이 본전도 뽑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해마다 ‘보릿고개’로 불리는 3~4월이 되면 현대판 ‘지주’로 불리는 고리대금업자들과 돈 많은 장사꾼들이 농민들이나 식량이 떨어진 주민들을 상대로 ‘현물장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현물장사’는 봄에 강냉이 1kg을 꾸어주고 대신 가을걷이가 끝나면 그 두 배인 강냉이 2kg을 받아내는 식의 장사를 의미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지주’들은 그런 수법으로 돈을 무더기로 벌어왔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무산군의 한 주민은 “내가 잘 아는 장사꾼 한명은 올해 봄, 연사군 협동농장들에 80톤의 강냉이를 꾸어주었다”며 “대신 가을에 강냉이 160톤을 받기로 했는데 지금 강냉이가격이 너무도 내려가 본전도 못 건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북한의 협동농장들은 절량세대 농민들을 위해 가을철에 배로 갚는다는 조건으로 현대판 ‘지주’들로부터 식량을 꾸어 들인다는 것입니다. 또 현대판 ‘지주’로 불리는 장사꾼들과 고리대업자들은 협동농장들과 직접 거래하는 방법을 가장 안전한 장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그는 얘기했습니다.
협동농장들도 그들과 거래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식량이 떨어진 농가들을 위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올해 가을은 식량가격이 너무도 하락해 농민들의 등살을 벗겨먹던 현대판 ‘지주’들이 다 망하게 됐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속에서도 식량가격이 너무 내리는데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식량가격 하락으로 현대판 ‘지주’들이 모두 몰락하고 있다는 소식에 속이 시원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