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기 식량 부족으로 북한 쌀 가격 상승

춘궁기의 식량 부족이 가장 심각해지는 3월에 들어서면서 북한에서 쌀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악화로 말미암아 대북 식량지원이 중단되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중단된 점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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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3월 들어 북부 국경 일대에서 쌀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함경북도 지역의 주민이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전화통화에서 밝혔습니다. 올해 음력설을 전후해 1kg에 1,600원씩 하던 중국산 쌀이 1,900원을 넘었고, 북한산 쌀은 2,000원 선을 넘어섰다고 이 주민은 말했습니다.

혜산시 4대 시장인 혜산 장마당과 연봉 장마당, 연풍 장마당, 광산 장마당에서도 중국산 쌀은 kg당 1,900원을 웃돌고, 북한산 쌀은 2,10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현지 가족과 연락하는 탈북자가 말했습니다.

쌀 가격이 상승하면서 혜산시에서 밀가루는 1kg에 2,000원, 농마 가격은 1kg에 2,500원을 넘어섰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식량 배급을 주면서 안정세를 보였던 식량 가격이 봄철에 들어서면서 다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함경북도 회령시는 직장에 나가는 노동자들에게 한 달에 20kg의 강냉이를 배급했고, 가족들의 경우, 아이는 강냉이 15kg, 어른은 시장 가격의 절반 값인 1kg에 300원씩 팔아주었습니다. 게다가 음력설을 전후해 중국이 쌀을 지원하면서 쌀 가격이 kg당 1,700원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쌀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 쌀 지원 중단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한의 대북 쌀 지원은 북한의 춘궁기 식량 위기를 막아주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한은 일 년에 약 30~50만 톤가량의 쌀을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의 남북대화 거절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악재들이 겹치면서 사실상 남북관계는 단절됐습니다.

거기에 미국도 자기들이 지원하는 식량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감시요원을 둘러싸고 북한과 이견을 벌이다가 작년 9월부터 식량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식량 지원이 줄어들면서 얼마 전 세계식량계획(WFP)도 성명을 통해 대북 식량지원 사업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남한과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줄어들면서 북한은 작년도 자체로 생산한 식량을 가지고 올해 한 해를 버텨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의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날씨가 좋아 북한에 대풍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남한의 통일부는 외국에서 들어오느 수입분 또는 지원분이 없으면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117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