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기 장마당 쌀값 큰 폭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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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수확기를 맞아 북한 장마당에서 쌀값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막상 식량난에 시달리는 일반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가격이라서 반가운 소식은 아니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가을철 농작물 추수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햇곡식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는 좀 이른 시기지만 최근 북한의 장마당 쌀값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평양주민 조모씨(여· 40대) 씨는 “킬로그램 당 1000원을 웃돌던 평양 장마당 쌀값이 700~800원선으로 떨어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조 씨는 그러나 “이 쌀은 올해 생산된 햅쌀이 아니고 또 하얀 속껍질까지 완전히 도정한 중국 쌀과도 차이가 나는 품질이 떨어지는 알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평양의 환율이 미화 1달러당 1,500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시세가 쌀 1 킬로그램 당 0.5달러 정도라는 얘깁니다. 킬로그램 당 0.6달러 선인 중국 변경지방의 쌀 시세보다도 0.1달러가 더 싼 셈입니다. 쌀의 품질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조 씨는 그러나 “조선은 이맘때가 되면 항상 일시적으로 쌀값이 하락했었다”고 말합니다. 쌀 장사꾼들이 햅쌀이 나오면 쌀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비축했던 물량을 내놓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12월 즈음에는 다시 쌀값이 오른다고 조 씨는 설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조 씨는 이렇게 쌀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돈이 별로 없는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이로울 게 없다는 얘깁니다. 힘없는 주민들은 식량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북한에서 살다가 중국으로 이주한 화교 류 모씨는 “조선의 쌀값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지만 외부에서 지원된 쌀이 뒤로 빼돌려졌다가 시장으로 흘러나올 경우 일시적으로 쌀값이 하락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북한 출신 화교 장 모 씨는 “벼 수확기인 요즘 협동농장 등에서 간부들에 의해 절취된 쌀의 일부가 실수요자들에게 암암리에 공급되기 때문에 장마당 쌀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장 씨는 “남한에서 공급하기로 한 쌀 5,000톤이 신의주에 들어가면 일부가 빼돌려져 신의주 장마당의 쌀값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겠지만 이것도 현금이 충분한 간부들에게나 희소식이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 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