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북한의 식량 지원 요청이 계속된 가운데 유독 올해는 쌀을 원하는 요청이 많았다고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전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민간 대북지원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관계자는 올해 초 북한 측 담당자가 평소와 달리 쌀을 지원해 줄 수 없겠냐는 요청을 했다고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기윤실 대북지원 담당자
: 쌀을 좀 지원해 줄 수 없느냐는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식량 사정이 어렵다면서 쌀을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해 오길래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지원하는 것도 힘든데 쌀을 어떻게 보내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 담당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함경북도 무산시에 빵공장을 운영하면서 17년 동안 매달 20톤의 밀가루를 지원했는데, 쌀을 보내달라는 요청은 올해 처음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요청을 받아 대규모로 쌀을 지원한 국제자선단체도 있습니다.
대만에 본부를 둔 자제자선사업기금회 (慈濟慈善事業基金會/Tzu Chi foundation)의 자원봉사자 40명은 지난 11일 쌀 1만 3천 톤을 전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이 단체가 지원한 쌀 1만 3천 톤은 자제자선사업기금회의 자선 활동 역사상 가장 큰 규모입니다.
자제자선사업기금회 미국 동부지부 샘 초우 대표는 이번 지원이 지난 7월 쌀을 보내달라는 북한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자제자선사업기금회의 이번 지원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했던 일명 고난의 행군 직후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일곱 차례 식량을 지원했다가 중단한 후 12년만에 재개한 것입니다.
이밖에 유럽의 대북지원단체도 올해 초 북한의 요청을 받은 뒤 쌀 약 천 톤을 지원했다고 확인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해외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의 정책•사업조정 처장보를 지낸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아시아 태평양 안보 담당 선임 국장은 북한의 쌀 지원 요청이 올해 들어 두드러지는 것을 주목한다면서 권력세습을 앞두고 엘리트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고 풀이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 북한은 고 김일성 주석의 100주년인 내년을 앞두고 성대한 행사를 위해 쌀과 사치품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쌀이나 사치품을 엘리트 계층에 나누어 주면서 지지를 다지려 할 것입니다.
2001년부터 2년간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담당했던 크로닌 국장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 어린이를 위한 영양식에 식량지원을 집중하고 권력층이 빼돌릴 수 있는 쌀을 지원 목록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북한이 직접 쌀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부원장도 북한의 쌀 지원 요청이 2012년 강성대국 선포와 관련됐다고 해석했습니다.
권태진
: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하는 내년에 식량 배급을 정상화하겠다는 공언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서 배급할 쌀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권 부원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서 내년에도 북한의 쌀 작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쌀 확보를 위해 수입을 늘려야 하지만 국제곡물시장의 쌀값이 비싸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서 부족한 쌀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충당하려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