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측 운전석 차량’ 전면폐기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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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당국이 운전석이 우측에 있는 모든 차량을 4월 말까지 전면 폐기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오래 된 일제 중고차량에 대한 폐기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다 한동한 잠잠했던 북한당국이 최근 일제차량에 대한 전면 폐기를 또다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이 같은 소식을 전한 평안북도 주민소식통은 “정확한 지시내용은 ‘운전석이 우측에 있는 차량’이라고 명시했지만, 이는 사실상 일제차량을 폐기하라는 의미”라며 “폐기 시한은 4월 말까지”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김정은 제1비서가 올라오고 나서 한동안 일제차량 폐기문제가 잠잠했었다”면서 “과거 일제차량 폐기지시는 장 부장의 독단으로 진행되었다고 처형된 장성택 부장에게 뒤집어 씌웠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지금까지는 당국이 굳이 일제차량을 폐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이런 지시가 다시 내려와 매우 황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현재 승용차와 소형트럭 롱구방(미니버스)차량은 이미 거의 폐기되고 남은 것은 얼마 안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면서 “그러나 대형트럭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제 차가 절대다수를 차지 하고 있어 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과 기업소에서는 야단이 났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꼰떼나 도라꾸(내장탑차의 북한식 표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39호실 직영 대성무역총회사의 경우는 수백 대의 보유 차량 중 80% 이상이 일제 차량이며 이보다 작은 무역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트럭들도 일제 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성무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과 오랫동안 거래하고 있는 중국 단둥의 무역업자 장모 씨는 이 같은 무리한 일제 차량 폐기지시의 배경에 대해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제차량은 우측통행인 북한의 도로실정에 맞지 않아 대형교통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당국에서 판단하고 있다”면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북한 현실이 한꺼번에 이들 차량을 대체할 능력이 있는 나라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습니다.

현재 북-중을 오가며 운행되는 북한 트럭들 중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일제 트럭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 대북 소식통은 또 ”신의주와 단둥을 오가는 북한의 대성무역, 강성무역, 신의주연운(연합운수)회사 트럭들은 2~3년 전부터 중국제 새 트럭으로 조금씩 바꾸고는 있지만 아직도 운행되는 차량의 절반은 일제 차량”이라면서 “이것들을 4월 말까지 폐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