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 간 무역 확대를 위해 지난 6월 도입키로 했던 루블화 결제가 두 달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탓으로 보이는 데요 양국 간 무역 확대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 간 무역 대금을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키로 한 건 지난 6월 초.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간 통상협력위원회 회의 뒤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갈루쉬카 장관은 당시 “이번 달(6월)부터 양국 사이에 루블화 결제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미 (루블화 결제를 위한) 첫 (북한) 계좌가 러시아 은행에 개설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측 기대와 달리 루블화 결제가 2개월이 지난 8월 초까지 이뤄지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26일 극동개발부(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갈루쉬카 장관과 김영재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이달 초 루블화 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논의했습니다.
김 대사는 당시 갈루쉬카 장관에게 양국 은행 간 기술적 문제 탓에 루블화 결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 측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극동개발부는 물론 러시아 언론도 8월 말인 현재까지 북한과 무역에서 루블화 결제 이행 소식을 전하지 않아 여전히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양국이 통상 확대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해온 루블화 결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양국 은행 간 기술적 문제’가 무엇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북한의 준비 부족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한국통일연구원 박형중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러시아와 무역 확장에 적극적인 상태에서 이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이 대외무역 다변화 등 새로운 조치를 기획하면서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앞서가는 바람에 뒤늦게 ‘내부정리’를 하느라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정책금융공사 김영희 북한경제팀장도 북한이 무역 대금 결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희 박사 : 북한에서는 지금까지 달러 등을 통한 결제는 됐지만 루블화 결제는 없었습니다. (루블화로) 대외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 환경 자체가 아직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루블화 결제를 통해 양국 간 무역량을 지난해 1억 달러 수준에서 2020년까지 1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