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인 “5.24조치 해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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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인 남북경협인들이 5.24조치가 적혀진 서류봉투를 쓰레기통에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인 남북경협인들이 5.24조치가 적혀진 서류봉투를 쓰레기통에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앵커 : 한국 정부의 5.24대북조치가 발표된 지 어느덧 4년이 됐습니다. 5.24조치 4년을 맞아 남북경제협력에 종사했던 기업인들과 통일운동 단체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5.24조치의 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이 열린 광화문 광장을 노재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광화문을 지나가시는 시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23일 오전 11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구호판과 현수막 등을 든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이들은 5.24조치로 사업에 실패한 기업인들과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입니다. 5.24조치 4년을 맞아 남북교류를 중단시킨 5.24조치의 해제를 촉구하기 위해서 나온 겁니다.

유동호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 남북이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지금 보면 반대로 가고 있죠. 빨리 이를 멈추고 다시금 남북이 소통하고 화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잠시 기다리면 해제될 줄 알았던 5.24대북조치. 4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발효 중입니다.

이들을 더 답답하게 하는 것은 4년간 남북관계가 개선된 게 없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들에게 남은 건 불어난 빚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한결같습니다. 예전처럼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며 일을 하는 겁니다. 금강산에서 관광 안내일을 했던 정성혜 씨의 말입니다.

정성혜 : 금강산을 가슴으로 담아가신 100만 명이 넘는 분들이 광화문에 다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나오셔서 얼어붙은 남북한을 사람의 온기로 녹아들 수 있게 제발 도와주십시오.

또 평양에서 닭요리 식당을 열었던 ‘맛대로촌닭’의 최원호 사장은 “남북교류 재개만을 기다리며 힘든 나날을 참고 인내해 왔다”며 정부 당국을 향해 남북경협의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최원호 맛대로촌닭 사장 : 5.24조치가 빨리 해제돼서 다시 제가 시설해 놓은 평양 식당에서 닭을 마음대로 팔고 싶습니다.

이들은 긴급제안을 담은 참가단체 명의의 성명서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남한이 이미 북한보다 우위에 서 있는 만큼 남한이 당연히 남북관계와 교류협력을 주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첫걸음이 5.24조치의 해제”라고 밝혔습니다.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관계자 :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DMZ 세계평화공원, 드레스덴 선언 등은 모두 5.24조치의 수정과 해제 없이는 그 실현이 불가능하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곧바로 청와대로 이동해 이날 낭독한 성명서를 청와대 통일비서관에게 전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신변안전보장을 당국 간 합의로 보장한다면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남한의 이 같은 제안을 거절했고 관련해서 회담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5.24조치 해제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