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대신 풀” 김정은 말에 풀씨 수집

0:00 / 0:00

앵커: 북한이 세포등판에 뿌릴 풀씨를 수집하라고 주민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위스의 자연풀판을 그대로 세포등판에 옮기겠다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구상이 주민들만 고생시킨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사료 먹는 짐승을 줄이고, 풀 먹는 짐승을 키운다는 김 제1비서의 구상에 따라 진행되는 대규모 축산기지 세포등판.

북한당국이 이 등판에 뿌릴 풀씨를 주민들에게 부과해 허리가 휘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 주민들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해왔습니다.

평안북도 국경 지방의 한 주민은 "요즘 날씨가 선선해지자, 풀씨를 수집하라고 또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인민반에서는 매 가구당 300그램씩 풀씨를 바치라고 해서 요즘 산과 들판으로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 지방산업 공장에 다니는 이 주민은 "(당국이)특히 세포등판에 뿌릴 풀씨는 소와 염소, 토끼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집하라고 포치했다"면서 "이런 풀씨를 찾아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한 주머니 뜯기 어렵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세포등판에 연하고 키가 작은 풀씨를 뿌려 품종이 정교한 자연풀판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 제1비서가 알프스 산맥의 천혜의 자연 풀판과 같은 목초지를 세포 등판에도 만들어 건강한 젖소들과 염소로부터 질좋은 우유제품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도 전국에서 날라 온 풀씨들이 세포등판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북한 중앙 TV: (평양주민)우리 평양시야 어디 풀씨를 채집할 곳이 있습니까, 그렇다고 우리 여맹원들이 가만 앉아 있을 수 없단 말입니다. 그래서 70리 떨어진 야산에 들어가....

이 주민도 도시 한 가운데 사는 평양 시민들이 풀씨 얻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황해도 지방의 또 다른 농민도 "농장원들도 들판에 나가 토끼풀 '삑삑이'에서 논판의 '돌피' 씨까지 닥치는 대로 뜯어 바쳤다"며 "앞으로 세포등판이 자연풀판이 아니라 잡초 투성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주민은 "수령님(김일성)도 풀과 고기를 바꾸겠다고 시도하다가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걸 과연 손자가 성공하겠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습니다.

북한에서 축산업에 관여했던 한 탈북자는 "염소는 한번 밟고 지나간 풀을 절대 안 먹는 짐승이어서 대부분 산 속에서 방목하는데, 세포등판과 같이 넓은 벌판에서 염소먹이 풀을 어떻게 감당하겠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무리 초식동물이 풀만 먹는다 해도 알곡을 얼마나 먹는지 모른다"면서 "풀이 부족한 겨울철에 사료를 해결하자 해도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