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북에서 흙을 먹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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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 먹을 것이 없어서 ‘팽령토’라는 흙을 먹고 살았다는 탈북 여성의 증언이 한국 국회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회령시 세천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영옥 씨는 ‘고난의 행군’ 시절 주민들이 ‘팽령토’라는 흙을 먹었다고 국회에서 18일 증언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팽령토로 부침개 등을 만들어 먹었다”는 겁니다.

먹을 때는 배가 불렀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고 최 씨는 말합니다.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출석한 최영옥 씨입니다.

최영옥:

흙을 먹으면, 이게 흙이기 때문에 위가 처지고, 뒤가 메입니다. 소화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흙을 먹은 모든 사람들은 제가 제 항문을 후빌 수 없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후벼줘야 합니다. 후벼주는 과정에서 밑이 째져서, 가뜩이나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하고…

최 씨는 팽령토가 연갈색이며, “맛은 조미료인 미원 맛이 나고 냄새도 미원과 똑같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흙조차도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고 최영옥 씨는 덧붙입니다.

최영옥:

흙 매장량이 너무 많지 못했기 때문에 배급제로 식구당 몇 키로씩 나눠주다 보니, 저는 두 달에 걸쳐서 두 번밖에, 결국 한 달에 한 번 받는 정도로 그걸 먹고 살았습니다.

최 씨는 “배가 고파서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1998년 8월 탈북한 최 씨는 중국에서 세 차례에 걸쳐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2006년 3월, 임신 7개월 상태의 몸으로 한국으로 가기 위해 몽골로 들어간 최 씨는 사막에서 유산하게 됩니다. 최영옥 씨입니다.

최영옥:

저는 아기를 유산하면서, 그때 걸린 동상으로 인해서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국군수도병원에서 여덟 개의 발가락을 자르고 지금 현재 성한 발가락이 두 개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발을 가지고 주저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들어온 이상 더 힘껏, 더 잘살아 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요. 여러분들 정말 탈북민들의 가슴 아픔은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최영옥 씨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만 3천여 명 모두가 나와 같은 고생을 했다”면서, “이렇게 고생하며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영옥 씨의 국회 증언을 주선한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은 “탈북 여성의 인권침해 상황을 여성가족부도 알 수 있도록 해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세울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