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북 주민, ‘체육강국’ 건설 불만

앵커: 요즘 북한이 '체육강국'을 건설한다고 대중체육을 장려하고 있지요. 하지만,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체육강국 건설은 현실과 동떨어진 구호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체육강국'건설을 표방하고 전체 주민을 대중체육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TV: 체육을 대중화 생활화할 데 대한 당의 방침을 높이 받들고 함흥시 동흥산구역 종합식당에서 대중체육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다음 북한에는 체육의 대중화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등장해 전체 주민들을 결속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육 기자재 시설이 낙후하고 영양부족이 심각해 주민들로부터 시원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평양시의 한 주민은 "지금 축구공 하나 변변히 없는 학교가 수두룩한데 어떻게 체육강국을 건설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거기다 배급도 안주면서 체육만 하라고 자꾸 불러내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체육 현황에 대해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공장 간부들이 집체적으로 운동복을 사 입으라고 해서 얼마 전에 매 사람당 3만원씩 내고 단체복을 사입었다"면서 "거기에 축구공과 농구공을 사온다고 또 돈을 모아 세부담이 가증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중앙에서부터 '체육기자재를 자체로 갖추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고등중학교, 공장, 기업소 할 것 없이 축구공과 운동복을 준비한다고 뻔질나게 돈을 모으고, 그 통에 운동기재 장사꾼만 살판났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황해북도 봉산군에서 최근 국경지방에 나온 한 주민도 "황해도 지방의 중학교 운동장에는 철봉대마저 파철로 뽑아가 없는 곳이 있다"면서 "어느 한 중학교에는 학교 적으로 축구공이 두 개 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가죽이 터져 바늘로 기워서 차는 수준"이라고 체육기자재 시설의 노후함을 꼬집었습니다.

또한 체육인출신 탈북자들은 만성적인 영양부족으로 시달리는 북한에서 체육강국 건설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농구선수를 지냈던 탈북자 한 모 씨는 "한다하는 4.25체육단도 국제경기에 나갈 때 약 1주일 전부터 선수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면서 "선수들이 먹지 못해 주력을 요구하는 체육종목에서 우승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한씨: "먹어야 주력이 있어야 뛰지 않아요. 그런데 영양보충도 안되지... 먹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선수들도 뛸 수 있고... 김정은이 지금 체육 강국을 한다고 하는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는 또, 북한에 천연잔디를 쓰는 운동장이 평양시에 한두 군데 있을 뿐, 대부분 운동장이 토사로 되어 있어 운동하기에도 적절치 않다"면서 "체육강국도 돈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체육을 발전시키자면 국가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지만, 개별적인 주민들에게서 돈을 모금하는 방법으로는 체육강국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불필요하게 체육활동에 내몰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피로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국경지역에서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박 씨성의 한 주민은 "김정일은 예술에 취미가 있어 전체 인민들에게 예술을 하라고 시키더니, 그의 아들(김정은)은 체육에 취미가 있다고 또 인민들에게 체육을 시킨다"면서 "지도자의 취향에 따라 나라가 휘둘리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반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