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황해도 농민들 군량미 공출로 굶주려

0:00 / 0:00

MC: 춘궁기에 들어서면서 황해남도 일대의 주민들이 식량이 떨어져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 얼마 전에 전해드렸지요, 군심잡기에 나선 김정은이 군량미 공출을 지시하면서 생긴 결과라고 현지 주민이 밝혔습니다.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해남도 사정에 대해 잘 아는 한 북한주민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연락에서 "인민군 4군단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 농장들에서는 벌써부터 먹을 게 떨어진 집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당장 씨붙임을 해야 하는데 농민들이 배고파 일을 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나온 이 소식통은 이 지역 주민들이 식량난을 겪는 이유에 대해 "지난해에 수해피해를 크게 당한데다, 군대들이 군량미를 대거 걷어가면서 농민들이 먹을 식량마저 가져갔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황해남도 벽성군의 한 마을에서는 자식이 병든 아버지를 내쫓는 등 비인간적인 학대가 꼬리를 물고 있다"며 "먹을 것 때문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불행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남도 지역은 재령벌, 연백벌 등 큰 벌이 여러 개 있어 북한에서는 곡창지대로 통하지만, 작년에 홍수피해를 당해 알곡 소출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수해피해가 가장 컸던 황해남도 청단군 일대는 논밭이 물에 잠겨 곡물 수확이 40%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벽성군, 태탄군 등지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군 부대들이 가을 분배가 끝나기도 전에 들이닥쳐 식량을 전부 걷어갔다는 것입니다.

군량미 공출에 나선 후방군관들은 농장마다 차를 가지고 돌면서 채 마르지 않은 겉곡식을 군량미로 날아갔다는 게 현지인들의 반응입니다.

황해남북도 지역은 4군단, 2군단 등 10만 명의 북한군이 주둔한 곳으로, 한해에 약 90만 톤 이상 군량미를 바쳐야 하는 곳입니다.

평안북도 지역의 또 다른 소식통도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오른 재작년에 수해지역 농민들에게 군량미를 면제해주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작년도에 인민군대가 식량난으로 혼쌀난 다음 올해는 면제해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식량이 모자라자 북한군 내에서는 탈영병이 속출하고, 영양실조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군을 유지하지 못할 지경까지 갔다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협동농장에 군량미를 우선 바치라고 중앙에서 포치(지시)가 내려갔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에 김정일이 사망한 후에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면서 "나라의 왕이 죽었는데, 일반 백성들의 죽음이야 어디 신경 쓰게 됐냐"고 말했습니다.

북한 농업계에 종사했던 한 고위층 탈북자는 "북한에서 나오는 식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군대에게 식량을 몰아주면 인민이 굶고, 대신 인민에게 식량을 몰아주면 군대가 굶는 판"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