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목숨 걸고 농작물 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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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농작물 도난을 막기 위해 각 협동농장들마다 임시 보위대를 조직하고 무기와 실탄까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는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농작물을 훔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각 협동농장마다 임시 보위대를 조직한데 이어 최근에는 이들에게 무기와 실탄까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무장 보위대는 가을걷이에 때맞춰 임시적으로 조직된 것이라고 여러 소식통들이 주장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8월 말에 협동농장 보위대가 조직되었는데 최근에는 이들에게 무기와 탄약까지 지급됐다”며 “자칫 농작물에 손을 대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협동농장들에 보위대가 조직된 것과 함께 각 시, 군들로 통하는 길목들에는 ‘농작물관리초소’가 생겨났다”며 “짐을 든 사람들은 ‘농작물관리초소’에서 무조건 검열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 농작물 도난사고가 끊이질 않자 협동농장 보위대를 조직하고 이들에게 무기와 탄약을 지급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무장한 보위대원들에 의해 농작물을 훔치려던 군인들과 민간인들이 사살당하는 끔찍한 사고도 적지 않았다고 그들은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무장 보위대를 다시 조직하게 된 것은 가을걷이를 앞둔 협동농장들이 농작물 도둑들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8월 초부터 협동농장 감자밭에 감자 도둑들이 극성이었다”며 “도둑들이 한창 자라는 감자를 뿌리 채 뽑아버려 협동농장들마다 큰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경북도 소식통 역시 “제집 텃밭에는 강냉이를 심지도 않았는데 매일 장마당에 삶은 강냉이를 가지고 나와 파는 장사꾼들이 있다”며 “그렇게 많은 강냉이를 모두 어데서 가져왔겠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소식통들은 통 강냉이 1kg에 (북한 돈) 3천원까지 오르면서 가을걷이가 다가오는데도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굶주린 주민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무리를 지어 협동농장 밭들을 습격하고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훔쳐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농장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훔치다 붙잡히면 3개월 이상의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는다고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장한 보위대원들의 눈을 피해 농작물을 훔치려 나서는 주민들이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있음을 강조한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