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외무역일꾼, 제3국인 접촉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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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쿠웨이트의 북한 노동자들.
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쿠웨이트의 북한 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외국에 파견된 무역일꾼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현지인 외에 다른 외국인들을 직접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대규모 인력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에 매달리고 있는 북한이 한편으론 잇따라 탈출하는 무역 주재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을 통해 연락이 된 북한 소식통은 "군대와 내각 등 중앙기관들이 자기부서에 부과된 국가건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에 주재원들을 파견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한국인과 미국 등 서방세계 사람들을 절대 접촉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러한 지침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북한 주재원 가족이 통째로 실종되는 사건이 잇따르자, 더욱 강화된 지침이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몇 년 전만 해도 북한에서 석탄과 정광, 약초를 팔아 외화벌이 할 때는 외국에 주재하는 사람들이 적었는데, 지금은 원자재가 고갈되어 인원을 파견해 중개무역 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외 주재원이 늘어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북한 주재원들은 특히 적대국가 사람들을 만나지 말아야 하며 설사 투자를 받더라도 중국 현지인을 통해 받는 게 원칙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때문에 북한 무역 일꾼들은 중국 현지인들에게 중개 수수료도 떼 줘야 하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북한 주재원들은 맨손으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사기와 협잡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이를 배후에서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간부들은 '역적질만 하지 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어오라'고 주재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설사 주재원이 외국에서 돈을 협잡해가지고 들어왔다 하더라도 국가가 나서 그를 은폐시킨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동남아와 중국 남방에 파견된 조선무역은행과 모란지도국 산하 주재원의 연간 상납금은 약 6만 달러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들은 이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중개무역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 내부에 적지 않은 외화가 유통되면서 이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료녕성의 한 대북상인은 "과거 무역일꾼들은 외국에서 무조건 외화를 벌어 들여가야 했는데, 지금은 현지 물건을 싸게 들여다가 평양과 남포 같은 도시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례로 중국 남방에서 흔한 짝퉁 오메가 시계와 귀고리, 목걸이 등을 후불(외상)로 받아다가 평양에 들여다 파는 무역 주재원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북한 내부에서 유통되는 외화를 겨냥한 것으로, '장롱 속' 달러를 끌어내어 통치자금으로 이용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