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민둥산'이 많은 북한에 나무를 보내겠다고 나선 남한의 청년기업이 있습니다. '나무 심기'로 환경을 개선하는 '트리플래닛'인데요. 최근 남한 인천의 쓰레기 매립장에 '북한으로 보내는 숲'을 조성했습니다.
목용재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남한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제2매립지. 이곳은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모이는 곳입니다. 쓰레기는 이곳에서 소각된 후 땅 속에 묻힙니다. 이 과정에서 전기도 생산됩니다.
쓰레기를 실은 대형 트럭 1300여 대가 매일 드나드는 제2 매립지 한편에는 ‘북한행’을 기다리고 있는 어린 나무 200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단풍나무, 밤나무, 이팝나무 등 모두 척박한 북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입니다.
이 나무들이 이곳에 자리잡은 지 한달. 나무에는 사람들의 희망을 담은 쪽지도 매달려 있습니다. “북한 땅에서 평화가 돼 주길”, “꼭 북한의 평양에 가서 살아라” 등 나무들이 북한 땅에 뿌리 내리기를 기원하는 내용입니다.
강성칠 수도권매립관리공사 문화조경사업처장: 나무들을 북한으로 보내려면 3년에서 5년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활엽수라서 금방 자랄 겁니다. 잎이 넓은 나무들은 1년에 1미터씩 성장하기 때문에 3년정도만 지나면 북한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이곳에 나무를 심은 트리플래닛의 정민철 이사도 “특별히 관리가 필요 없고 환경이 바뀌어도 잘 자라는 나무로 선택했다”면서 “평양이나 개성 정도의 기후라면 옮겨 심어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청년기업인 ‘트리플래닛’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문화조경사업처는 황폐해진 북한의 산과 숲을 다시 살리기 위해 이 나무들을 심었습니다. 이 작업에는 남측 청년들과 탈북민 등 52명이 참여했습니다. 이 사업에는 ‘북으로 보내는 숲’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트리플래닛은 3년 전부터 ‘북으로 보내는 숲’을 구상했습니다. 탈북자들로부터 “북한의 숲과 산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였습니다. 나무를 북한으로 보내는 사업이기 때문에 남북 사이의 정치 상황을 고려하느라 검토기간이 길어졌다고 합니다. 정 이사는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나무를 심는 장소를 굳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잡은 것도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라고 정 이사는 설명했습니다. 남북의 자연환경을 동시에 개선해보려는 시도라는 겁니다.
정민철 트리플래닛 이사: 매립지는 '쓰레기 산' 입니다. 이런 큰 땅이 인천에 있는데 이곳을 녹화시키는 것도 우리의 목표입니다. 특히 봄과 겨울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많은데 그 가운데 절반은 중국에서 인천을 통해 들어옵니다. 쓰레기장의 미세먼지라도 없애보자는 목표로 장소를 정했습니다.
‘북으로 보내는 숲’ 사업의 최종 목표는 북한 땅에 나무를 기르는 ‘묘목장’을 만드는 겁니다. 트리플래닛은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남한 국민들에게 “북한에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홍보를 벌일 예정입니다. 이 홍보 작업을 위해 남한의 영향력 있는 실향민도 섭외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정 이사는 “송해 씨나 이상벽 씨 등 실향민들과 함께 북한에 숲을 조성하자는 홍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매립지에 숲을 조성한 것은 우리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였다”면서 “조만간 북중 접경지로 가서 북으로 나무를 직접 들여보내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정민철 이사는 덧붙였습니다.
트리플래닛은 ‘나무 심기’로 사막화 현상, 미세먼지와 황사 등을 막기위해 2010년 설립된 기업입니다. 특히 ‘세상 모든 나무에 당신만의 이야기를 담는다’라는 취지의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의 적극적인 ‘나무 심기’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