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식량조사, 미 요청 가능성"

0:00 / 0:00

MC:

유엔 식량기구가 일정과 규모를 확정하지 않고 서둘러 북한의 식량 상황을 조사하는 이유는 미국의 대북식량지원을 위한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오는 10일부터 한 달가량 북한의 식량 상황을 조사합니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세계식량계획의 프랜시스 케네디 대변인은 조사 규모와 구체적인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평양의 주재원들을 중심으로 우선 조사를 시작한 뒤 본부의 전문가들이 합류할 예정이라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말했습니다.

프랜시스 케네디:

현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곧 조사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조사 규모와 방법과 관련한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조사단 규모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 있는 주재원들이 먼저 조사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말 ‘북한 작황보고서’를 작성했던 식량농업기구의 키산 군잘 분석관도 이번 조사가 예정에 없이 서둘러 진행됐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키산 군잘:

북한이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에 조사를 요청해 식량농업기구와 공동으로 조사하게 됐습니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의 아시아 지역 언론 담당자인 마커스 프리어 대변인조차도 조사 일정을 몰랐을 정도로 긴급하게 진행된 모습입니다.

마커스 프리어:

구체적인 조사 계획이 완전히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조사 일정을 확인하지 못 한 상황이어서 외부에 알려진 조사 일정이 맞는지 모릅니다.

유엔의 식량구호 기구들이 이처럼 서둘러 북한의 식량사정 조사에 나선 배경을 미국의 입김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부원장은 미국 정부가 북한에 식량지원을 공식화하는 전 단계로 세계식량계획의 조사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주장했습니다.


권태진:

미국은 주로 세계식량계획을 통해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식량 지원을 발표하기 전 항상 식량 사정을 먼저 파악하고 지원하는 데, 이번에도 식량지원을 위한 명분을 만들려고 세계식량계획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봅니다.

군잘 분석관은 미국의 요청으로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의 식량사정을 조사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식량지원국가나 수혜국의 요청이 있으면 식량 상황을 조사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권태진 부원장은 이번 조사가 북한의 작황을 재조사하기보다는 북한 주민이 곡물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어떻게 조달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면서 2009년 미국이 북한에 지원하려던 50만 톤의 식량 중 아직 전달하지 못한 나머지 식량 33만 톤을 지원하는 근거로 조사 결과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권태진:

이번 조사는 어느 지역, 어느 계층의 식량 사정이 더 나쁜지를 조사하고 식량의 소비 실태를 파악해서 지원하려는 대상을 정하는 절차로 봅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9년 북한에 지원하지 못했던 나머지 33만 톤의 식량을 분배하는 식입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의 프랜시스 케네디 대변인은 조사 후 공동보고서를 작성하겠지만,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세계식량계획의 대북 지원계획을 수정할지 여부는 보고서 작성이 끝난 뒤에 고려할 문제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