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외부세계에서 북한에 지원하는 의약품을 북한 주민들은 UN약이라고 통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외부세계 지원 의약품의 상당량이 북한 장마당에 빼돌려져 유통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모양만 똑같은 가짜 UN약품까지 범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미국이나 남한 등 외부세계에서는 해마다 상당량의 의약품을 인도적 지원의 하나로 북한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 약품들 중에는 한글로 된 설명서가 있어 남한 의약품인 줄 뻔히 안다고 해도 남조선 약, 또는 아랫동네 약이라는 말이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에 UN약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무상치료를 자랑하는 북한이지만 병원에 가면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은 환자 본인이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게 현재 북한의 의료실정입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에 떠도는 가짜 의약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함경북도 주민 소식통은 “시중에 가짜 UN약이 너무 많이 떠돌기 때문에 이제는 주민들이 UN약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약의 모양은 물론 포장지와 용기, 심지어는 약포장지 안에 들어있는 사용 설명서까지 똑같이 만든 가짜 UN약이 진짜와 뒤섞여 장마당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전한 소식통은 “이런 약품은 직접 먹어보기 전에는 진위를 알 수 없어 의사들도 구분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가짜를 만들기가 손쉬운 소화제나 두통약은 물론 가짜 결핵약까지 나돌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여유 있는 사람들은 중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의약품을 구입해 복용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주민 소식통도 “우리 내부에 가짜약 유통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런 가짜약 제조와 판매는 의약품의 포장과 내용물까지 감쪽같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뒤를 봐주는 권력자의 비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에서 가짜 의약품이 범람하다보니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보따리 상인들이 북한으로 들여가는 상품 목록에서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에서 보따리 상인들이 북한으로 들여가는 의약품 중에는 남한 의약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들여가는 상인들은 북한세관 검열을 통과하기 위한 온갖 기발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