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영국의 건축학교협회와 싱가포르의 민간단체 조선익스체인지가 북한에서 처음으로 건축과 도시 설계에 관한 연수회를 개최했다고 4일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최초로 다양한 도시 계획 개념과 설계에 사용되는 기술적 도구에 관한 강연을 포함해 평양의 3킬로미터 구간에서의 현장 실습 등 건축과 도시 설계에 관한 연수회가 열렸습니다.
국제적 명성을 가진 영국의 건축학교협회(AA)와 조선익스체인지가 지난달 평양에서 개최한 이번 연수회에는 북한과 외국의 건축가와 학생 각각 7명씩 총 14명이 참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평양의 거리 3킬로미터 구간에 학습장, 거주지, 일터, 여가 공간 등을 창출해내는 과제를 담당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기존 거리와의 조화(contextual harmony)’를 염두에 두고 자신들이 설계한 건축물의 건설 가능성에 대해 30여 명 이상의 현지 산업 전문가들과 활발한 토론도 가졌습니다.
이 연수회 개최를 1년 이상 준비했다는 영국 건축학교협회의 캘빈 추아(Calvin Chua) 씨는 특히 북한이 컴퓨터를 사용한 빌딩정보모델링(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BIM) 기술을 이미 도입했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몇 몇 북한 참가자들이 이 첨단 기술을 사용해 서너 시간 만에 실현 가능한 건물을 설계해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특히 참가자 중 한 명은 학생 시절 이미 평양의 순안공항 신축공사 설계에 참가한 적이 있는 등 평양의 건축학도들은 학생 때부터 이 같은 기술을 배워 실제 건축사업에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빌딩정보모델링이란 컴퓨터를 이용해 건축 설계 대상을 3차원 입체모델로 정교하게 만드는 기술로 특히 집이나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입력해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건물 설계에 필요한 예상 시공비, 철근이나 콘크리트 가격과 시공 기간, 노후화에 따른 교체나 안전점검 시기, 건물의 최적대피경로 등 광범위한 정보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추아 씨는 북한은 빌딩정보모델링에 대한 초기 실험 단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지난해 초 발생한 북한의 건물 붕괴 사건과 이후 드러난 허술한 건설 안전 기준을 고려하면 앞으로 북한에서 빌딩정보모델링 기술이 건물 안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전망했습니다.
건축가와 기술자는 물론 현장에서 일하는 공사장 인부들이나 감독원도 이 기술을 익혀 작업 현장을 머리 속에 형상화하면서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