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장마당을 배후에서 주도하고 있는 이른바 '큰 손'들이 돈을 풀지 않아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깨기 힘든 구조가 고착되었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신의주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민 민 모씨는 "요즘 장마당에서 하루 종일 팔아봐야 인민폐 10위안도 손에 쥐기 어렵다"고 최근 지속되고 있는 장마당 불황에 대해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요즘 국가에서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장사해먹으라고 풀어놓고 있지만, 문제는 밑천이 없어 장사를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내부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장마당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있지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돈 주들이 돈을 풀지 않아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실시된 12년제 의무교육제도에 힘입어 학생용품 수요가 크게 증가했는데도 공산품 장사의 경우 하루 5달러를 벌기 힘든 형편입니다.
또 5월에 들어 쌀 가격이 1kg당 4천500원 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도시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 상인은 "현재 북한 장마당을 몇몇 돈 많은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은 채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면서 "신의주 화교들이 잘 산다고 소문났지만, 실제론 북한 출신 백만장자들이 더 잘 산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1990년대 말과 2000년 초에 돈을 번 사람들은 평성과 순천, 남포 등 큰 도시에서 서부와 동부, 내륙지방을 관통하는 장거리 버스업과, 금융, 부동산을 틀어쥐고 북한 시장 계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때 북한 당국이 이런 시장세력을 잡기 위해 화폐개혁을 기습적으로 단행했지만, 이들은 이미 달러와 금으로 보관하고 있어 손해를 전혀 보지 않았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또 이들은 노동당과 검찰, 보안부에도 깊숙이 손을 뻗치고 있어 북한에서 정계와 재계의 유착 고리가 깊음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평성시와 신의주를 오가며 오토바이 장사를 한다는 한 상인은 "평성과 순천의 돈주들은 이미 50~6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쌓아둔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면서 벌써부터 돈을 굴리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세들에게 북한식 시장경영 방법을 가르쳐주어 앞으로 사회가 변해도 빠르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합류할 수 있는 '부동의 재벌'로 키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소식통은 계속하여 "북한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던 시대는 이미 다 지나갔다"며 "돈 없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부익부 빈익빈의 골 깊은 구조가 형성됐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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