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내 국제기구 중 유일하게 금융망을 이용해오던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도 지난해 중순 이후 북한으로의 송금길이 막혀 외국에 나가 필요한 현금을 직접 가져오는 형편이라고 디억 슈테겐 평양사무소장이 밝혔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슈테겐 소장은 세계식량계획 본부에서 북한 사무소로 운영비를 보내지 못해 제3국의 북한 공관을 통한 지급이나 현금을 직접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넷 화상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지난해 3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외환 거래은행인 조선무역은행을 제재대상 명단에 포함한 여파입니다.
슈테겐 소장은 다른 국제기구들에 비해 은행을 통해 운영비를 받았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지만 결국 지난해 여름 송금길이 차단됐다고 말했습니다.
디억 슈테겐 WFP 평양사무소장: 지난해 중반까지 세계식량계획이 유일하게 북한과 인접한 나라의 은행을 통해 송금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2013년 7월에 북한과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송금길이 막힌 이후부터는 사무실 임대료나 전화비, 자동차 사용료 등 북한에서 지원 활동을 하기 위한 운영비는 세계식량계획의 본부에서 유럽의 북한 공관으로 직접 지급하고 있다고 슈테겐 소장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제요원들의 급료는 국적지의 은행 계좌로 입금되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생활비를 외국에 나가서 직접 현금으로 가져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슈테겐 소장 : 2달에 한 번씩 가족이 있는 도이췰란드에 갑니다. 북한으로 돌아올 때 필요한 만큼의 현금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슈테겐 소장은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 등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가 북한주민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 사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모금이 부진해 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아쉬워했습니다.
슈테겐 소장 : 지난해는 1996년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에서 식량 지원을 시작한 이후 가장 적은 규모로 지원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모금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이달에 북한 내 7개의 영양비스켓 생산 공장 중 5곳을 가동 중단할 계획입니다.
슈테겐 소장은 영양비스켓을 생산하지 못하면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는 70만여 명의 북한 어린이들이 유엔의 영양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2015년 6월 말까지 북한의 어린이와 임산부 약 240만 명에 영양 강화식품을 전달하기 위해 약 2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5일 현재 모금은 11% 수준인 약 2천240만 달러에 머무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