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 주민 350만 명에 신속하게 식량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세계식량계획(WFP)이 실제로는 기금 부족으로 1주일째 지원사업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진국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29일 북한 주민 약 350만 명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긴급지원사업을 즉시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식량난이 가장 심각한 양강도와 함경북도, 함경남도를 중심으로 약 31만 톤의 곡물로 혼합 식품과 영양강화과자를 만들어 앞으로 1년간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새로운 지원사업이 발표된 지 일주일 정도 됐지만, 270만 어린이와 임산부 그리고 약 90만 노인의 상당수는 아직 유엔의 식량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나나 스카우 북한 담당 대변인은 새로운 지원 사업을 시행할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나나 스카우:
“발표한 식량 배급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32만 톤의 식량이 필요하지만 현재 보유한 곡물은 영양강화과자를 만들 8천 톤밖에 없습니다. 일단 자금이 먼저 확보돼야 합니다.”
스카우 대변인은 세계식량계획이 북한의 610만 명이 굶주림에 직면할 것이라는 방북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주 350만 명에 식량을 지원한다는 새로운 긴급지원사업을 발표했다면서 당장 식량 배급을 실행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스카우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기금 확보를 위해 긴급지원사업의 내역을 공개한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워싱턴의 북한 문제 전문가는 세계식량계획의 새로운 식량지원 발표가 미국의 지원을 상당 부분 미리 반영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세계식량계획이 지원한다는 곡물 31만 톤은 2008년과 2009년 미국이 북한에 지원하려던 50만 톤 중 이미 지원한 17만 톤의 곡물을 제외한 나머지 33만 톤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이 새로운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모금을 더 이끌어 내고 미국이 조기 지원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을 가하려 한 것으로 이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또한 세계식량계획은 대북 식량지원의 걸림돌이라는 분배감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북한 당국과 합의해 미국의 지원을 유도하려 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의 대외 인도주의지원을 담당하는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는 식량지원을 위한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대북 식량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국제개발처의 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식량 부족 정도, 다른 나라와 비교한 상대적 시급함, 분배 감시의 투명성 등 세 가지 조건으로 식량 지원을 결정한다면서 북한 주민에 식량이 잘 전달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식량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식량계획은 새로운 식량지원에 분배 감시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북한 당국과 합의했다면서 북한에 주재하는 국제요원의 수를 기존의 10명에서 59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스카우 북한 담당 대변인은 분배 감시를 위한 국제요원의 증원이 식량지원의 전제 조건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났습니다.
나나 스카우:
“반드시 국제요원의 수를 59명으로 늘리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 분배 감시를 담당하는 국제 요원은 12명입니다. 59명으로의 증원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자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데 어떻게 충원을 하겠습니까?”
스카우 대변인은 수혜 대상이 350만 명으로 확대된 새로운 식량지원이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구체적인 식량 확보와 배급 계획을 작성하기 위해 다음 주 세계식량계획의 아시아 대표들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