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올해 작황 현장 조사Q&A

앵커: 유엔이 북한의 올해 곡물 수확과 주민의 식량 사정을 파악하기 위한 작황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진국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유엔 조사단의 현장 방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요?

<<김진국>>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전문가로 구성된 합동 조사단이 지난달 27일부터 다음주 금요일인 오는 11일까지 북한 전역에서 올해의 곡물 수확과 식량 사정을 조사합니다. 유엔 공동조사단은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의 전문가 각각 4명씩 모두 8명에 유럽연합과 오스트랄리아의 정부 대표가 참관인으로 조사단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북한 전역의 협동 농장을 직접 방문해서 북한 정권이 유엔에 제출한 자료와 농장의 수확 상황을 직접 비교하면서 올해 가을과 내년 봄 농사까지의 곡물 수확량을 산정합니다. (오늘 오전에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지원 담당자와 짧게 통화를 했는데 북한에 있는 요원들이 전원 유엔 조사단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식량 지원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계속 되고 있지만, 그 외 보고서 작성 등 행정 업무는 작황 조사를 마친 뒤로 모두 미룬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유엔의 작황 조사단은 보름 동안의 현장 방문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북한의 2013년 식량 수급 상황을 평가한 종합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앵커) 북한은 공식적으로 식량 상황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유엔 기구의 보고서가 북한의 식량 사정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자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합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북한의 작황과 관련한 것 아니겠습니까?

<<김진국>> 유엔 조사단의 작황 보고서는 이달 말쯤에 공개될 전망입니다. 보고서를 보면 구체적인 수확량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북한의 작황이 지난해보다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이었던 추운 날씨와 가뭄, 홍수 등 자연 재해가 올해는 7월의 홍수를 제외하면 농사에 큰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북한 농업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도 올해 북한에 보기 드문 풍년이 들어 만성적인 식량난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관측합니다. 태풍 같은 자연 재해가 없어 올해 큰 풍년이 들었다며 곡물 생산량이 최대 53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같은 전망치는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추산한 지난 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 492만 톤 보다 10% 정도 늘어난 것입니다.

(앵커) 곡물 생산이 늘어서 식량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반가운 전망인데, 북한 당국이 올해 일명 포전담당제라는 성과급 분배를 시행한다고 알려졌잖습니까?

(김진국) 북한은 지난해 ‘새경제관리체계’로 알려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6.28조치’가 발표된 후 ‘국가식량생산계획’ 량을 대폭 낮추는 한편 잉여생산물을 모두 농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알곡수확량에 따라 농민들이 30%, 북한 당국이 70%로 나눈다는 이른바 ‘3.7제’도 언약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가을이 닥쳤음에도 수확물의 분배와 관련해 이렇다 할 지시가 없다며 농민들이 허망해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 정착한 평안북도 출신 화교 량 모씨는 RFA자유아시아방송의 중국 특파원에게 (농민에 분배 몫을 나눠주는) 분조관리제를 본격 시행한 금년에도 약속했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제도가 실패할 것은 자명한 이치라면서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북한당국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금년엔 북한의 농사작황이 좋아 풍년을 기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감안하면 약속했던 분배를 시행하기에는 그 어느 해보다 좋은 조건이라면서 금년 가을걷이 후 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김정은 정권이 마음먹고 시행한 분조관리제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의 북한 작황조사 책임자인 식량농업기구의 담당자도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분조관리제를 실시했고 올해는 북한 전역에 확대 실시되고 있다고 들었다는 말을 했는데, 지금 진행 중인 유엔의 작황과 식량사정 조사에도 분조관리제 시행여부나 성과가 포함될 지 주목됩니다.

(앵커) 유엔이 진행 중인 작황 조사는 북한 정권의 요청으로 진행되죠?

<<김진국>> 국제사회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첫 단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에 식량을 지원하려면 북한의 식량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이 달라는 대로 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문가 조사단을 북한에 보내서 올해 북한의 농산물 수확량과 곡물 수입량, 그리고 가정 단위의 북한 주민이 보유한 식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조사합니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겨울부터 내년 추수 때까지 북한의 식량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산출합니다. 북한의 식량 상황을 평가한 보고서와 북한 외 다른 나라의 식량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뒤 세계식량계획의 이사회에서 북한에 지원할 식량 규모를 결정합니다.

(앵커) 북한 주민의 식량 사정은 어떻게 조사합니까?

<<김진국>> 가정을 방문해서 면담 조사를 합니다. 대표적인 질문들은 하루 몇 끼를 먹느냐, 어떤 것을 먹느냐, 주식과 부식은 어떤 것인지, 얼마나 먹는지, 그리고 지금 집에 보관하고 있는 식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습니다. 유엔 전문가 조사단은 답변을 바탕으로 가계의 식량이 얼마나 부족하고 주민들의 영양상태는 어떤지를 추정합니다.

(앵커) 올해 조사 결과는 어떻게 전망됩니까?

<<김진국>>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옥수수 수확은 끝났고, 벼 수확이 한참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초 여름에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9월의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추수가 진행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는 지난 1995년부터 매년 한 두 차례 북한 당국의 초청 아래 조사단을 북한에 보내서 작황과 식량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2005년에서 2007년, 그리고 2009년에는 북한 당국의 초청이 없어 무산됐었습니다.

지난해 유엔은 북한의 2012-13년 작황을 500만톤으로 전망하면서 약 50만톤의 곡물이 부족하다고 추정했습니다. 주로 양강도와 함경남북도, 강원도의 식량 상황이 특히 나쁘다고 조사됐습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세계식량계획은 5세 이하 어린이와 임산부를 중심으로 2014년 6월까지 북한 주민 240만 명에 식량을 제공하는 영양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유엔 구호기구의 전문가들이 북한을 방문해 수확량과 식량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 김진국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앵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