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땔감·식량·김장 '월동 3중고'

0:00 / 0:00

한반도의 올겨울은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만만치 않은 추위가 예상됩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은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땔감, 식량, 김장 등 월동준비에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생활 6년 차인 탈북자 김정희(가명) 씨는 지난달 31일 북한의 가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땔감을 구할 수 없어 돈을 좀 보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맞아 월동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땔 나무가 없고 땔감을 사려고 해도 요즘엔 쌀보다 더 비싸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가족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김 씨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1일 전했습니다.


김정희 씨:

첫째, 이 겨울에 땔 나무가 없대요. 땔 나무가 없어서 돈을 보내달라고, 나무가 쌀보다 더 비싸답니다. 일반 주민에게 석탄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사려면 야매로 사야 하는데 무지 비싸죠.

북한 양강도의 대북 소식통도 민둥산뿐인 북한에 원래 땔감이 없는 데다 최근 수요가 늘어 나무 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또 일반 주민이 겨울나기에 필요한 나무를 구하려면 깊은 산 속에나 가야 하는데 차도 없고, 기름도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중국에서 가스통을 밀수하는 것이 늘었다며 북한 간부들이나 제법 산다는 사람들은 가스통을 구입해 쓰고 있지만 일반 주민은 땔감 없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기상청은 올겨울 한반도의 기온 변동 폭이 크고 이상기후로 인해 만만치 않은 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일부 기상학자들은 폭설과 강추위가 장기간 지속되는 빙하현상을 우려할 정도로 올겨울 날씨를 심각하게 예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은 올 겨울을 대비해 땔감과 김장, 식량 등 월동 준비에 나서면서도 모든 게 여의치 않아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땔감에 이어 김장도 마찬가집니다. 함경북도에 살고 있는 대북 소식통도 올해 겪은 수해와 고르지 못한 날씨 탓에 배추를 구하지 못해 김치를 담그지 못하는 집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또 배추뿐만 아니라 무와 파, 고춧가루 등도 귀해 그냥 소금에만 절여 먹는 집도 많다는 겁니다. 그나마 돈이 있는 집은 중국에서 들여온 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지만 잘못하면 모두 회수를 당하기도 해 김장 준비가 만만치 않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최근 중국의 단둥에서 북한과 무역을 하는 소식통도 북한의 배추 농사가 흉작이어서 배추 구하기가 쉽지 않고 중국에서 북한으로 소규모의 배추가 들어가지만 간부용 식당을 위한 것이지 일반 주민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가을철 수확기를 맞아 북한 장마당의 쌀값이 1천 원대 안팎으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겨울을 앞둔 북한 주민의 식량 걱정은 여전합니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으로 실시한 올해 북한의 곡물 수확량 조사에서 북한은 150만 톤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조셋 시건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북한 취약계층의 영․유아가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면서 250만 명의 어린이를 위해서는 7만 5천 톤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대북 소식통도 배급이 끊기고 식량을 구하지 못한 주민이 많다며 올 겨울을 대비한 식량 확보는 북한 주민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처럼 북한 주민이 땔감, 김장, 식량 등 월동 준비의 3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단속도 이전보다 더 강화돼 북한 주민의 불만은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의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특히 한국의 음악이나 드라마를 강력히 단속하고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졌거나 이와 관련된 사람은 무조건 간첩으로 취급하는 등 단속이 갈수록 더 심해져 북한 주민 사이에서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북한이 하루빨리 확 무너졌으면 좋겠다." 라며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