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가을철 이례적 곡물가격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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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가장 풍성해야 할 가을철에 들어서면서 북한에서는 오히려 내려야 할 쌀 가격이 점차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옥수수 수확을 앞둔 9월에 들어서면서 북한에서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북한을 왕래하고 있는 한 중국인이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식량 가격에 대해서는 상당히 예민해요. 식량가격 올라가니까 올해는 강냉이를 무작정 깔아놓고 있겠다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사람들이 지금 입소문을 내는 거죠.”

현재 함경북도 무산군 장마당에서는 백미 1kg당 2,300원, 찹쌀은 2,500원, 통강냉이는 950~1,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강냉이 쌀은 1,250원까지 올랐다고 이 중국인은 말했습니다.

이는 햇감자가 나오면서 쌀 1kg당 2,000원까지 하락했던 지난 7월에 비해 300원 가량 오른 가격입니다.

한편, 북한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 밀가루는 예전과 비슷한 2,100원에 거래되고 있고, 감자는 400~500원으로 지난 7월과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보통 ‘보릿고개’라고 불리는 3월부터 햇감자가 나는 7월까지는 식량 가격이 최대로 올랐다가 가을철이 되면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처럼 가을에 들어서도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때 아닌 식량가격 상승에 먹는 문제가 급선무인 북한 주민들은 근심이 많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가 고향인 한 탈북자는 14일 고향에 있는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내년에는 옥수수 가격이 1kg당 3천원까지 올라간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많이 한다”면서 걱정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벌써부터 주민들은 “내년도에는 강냉이를 더 많이 사놓아야 굶지 않는다”면서 사재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장마당 쌀 가격이 오르는 이유도 아직 옥수수 수확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벌써 부터 장마당 가격 조정이 잠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쌀 값 상승의 원인을 올해 농사가 안된데도 있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2차 핵실험이 있은 후 북한 노동당 강연제강에는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경제봉쇄로 우리나라에 위기가 조성됐다”는 식의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10년 동안 지원해주던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됐고,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제사회의 쌀 지원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봉쇄로 못산다’는 당국의 선전을 주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