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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지 반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주민들의 북한화폐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서 식당에서조차 미 달러나 중국 위안화가 아니면 음식을 팔지 않는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북한 신화폐에 대한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장마당 상인들도 북한 돈 보다 미 달러나 중국의 위안화로 결재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심지어는 시내 일반식당에서도 달러나 위안화가 아니면 음식을 팔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4박5일 일정으로 북한 신의주를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 국적의 조선족 사업가 노정수 씨는 “조선에서는 달러나 위안화가 아니면 밥도 사먹을 수 없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2년 전에 평양을 다녀왔고 신의주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노 씨는 “거리에 식당이 많아 놀랐고 대부분의 식당에서 달러나 위안화로만 음식값을 받겠다고 해 다시 한 번 놀랐다”면서 외국사람 뿐 아니라 조선 사람에게도 똑같이 달러,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 씨는 또 “장마당에서 중국의 유명 광천수 ‘와하하(女+圭 哈哈)’를 팔고 있기에 가격을 물어봤더니 조선 돈으로는 안 팔고 중국에서는 한 병에 1.5위안 하는 것을 3위안에, 또 중국 단동의 ‘압록강’ 맥주 1병이 중국의 2배 가격인 5위안에 팔리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같은 위안화, 달러 선호 현상은 평양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평양에 살면서 장사 차 중국을 자주 오가는 북한 화교 류춘희(40대, 여) 씨는 평양에 있는 식당들 역시 전부는 아니지만 외화로만 음식 값을 지불해야 하는 식당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류 씨는 본래 개인이 식당 영업을 할 수 없지만 최근 외화벌이 사업소의 명의를 빌려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많이 늘고 있고 화폐 개혁 당시 내려졌던 외화사용금지 조치가 해제된 뒤로는 아예 드러내놓고 외화식당으로 변질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류 씨는 그러나 “이런 식당들은 대부분 국가의 외화벌이 사업소의 지도 아래 영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단속도 없으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조선 사람들도 외화로 음식 값을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류 씨는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국가 기관에서 조차 조선 돈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면서 “이는 조선의 일반 백성들에게 외화에 대한 선호도를 부채질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뉴스를 전문으로 보도하는 남한의 온라인 매체 데일리 NK는 지난 8일 “북한 화폐의 신용하락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평양 선교시장에서 북한 돈으로 물건을 구매하려면 달러대비 10%의 웃돈을 얹어줘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데일리 NK는 또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도시에서 “텔레비전, DVD플레이어, 냉장고 등 고가 제품들은 모두 달러나 위안화로만 거래된다고 북한의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