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북한의 국경일대가 봉쇄되면서 북한 내부에서 외화환율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북중 교역과 가족들에게 보내는 탈북자들의 송금이 크게 줄어들어 생긴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서해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 내부에서 원화와 중국 인민폐의 환율이 크게 올랐습니다.
3일 북한 현지 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들과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함경북도와 평안북도 국경지역에서 중국 인민폐는 100위안 당 2만5천원~2만7천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기 전인 20일 경에는 함경북도 무산군 암거래 시장에서 인민폐 100위안에 북한 돈 2만 1천원,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2만 1천200원 가량에 거래됐습니다. 불과 열흘 사이에 약 20%가량 상승한 셈입니다.
함경북도 지방 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중국 조선족 김수철(가명) 씨는 이렇게 외화 환율이 오른 이유는 탈북자들의 송금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전화 통제가 너무 심해지니까, 한국에서 들어오던 돈들이 많이 차단된 상태고, 너무 단속이 심하니까, 북한에 있는 화교한데 물어봤는데, 자기 형이 말하는데 요즘 같아서는 돈 되는 것도 없고 무슨 요인이 있는 것 같아요"
연평도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 공안기관들이 주민 통제를 강화했고, 이에 따라 국경 경비대도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가면서 국경지대에서는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국경을 강화하고 내부를 통제하기 시작하자, 북한의 가족들과 연락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남한에 정착한 한순희(가명)씨는 이번 사건이 있기 전에 가족들에게 김장과 땔감용으로 한국 돈 100만원(미화 850달러) 보내는 등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지금은 전화 통화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북한 쪽에 너무 경비가 심한 것 같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고 그래서…."
김 씨는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탈북자들도 "지금은 정세가 불안해 움직이지 않는 게 낫다"면서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탈북자들의 돈을 전달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던 중국의 중개인들도 "요즘은 일감이 없어 죽을 맛이다"며 움츠러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탈북자들이 보내는 송금 중에서 약 20%가량을 수수료로 챙겼습니다.
다른 탈북자 김정삼(가명)씨는 국경에 나온 가족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연평도 사건이 터진 후 북한에서 저마다 위안화를 사들이는 바람에 환율이 뛰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등을 우려해 주민들 속에서 중국 돈을 매입하려는 현상이 크게 늘었다는 반응입니다.
북한에서 환율이 급등한 다른 이유는 북중간 거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은 후 북한을 방문하던 중국인들의 왕래가 끊기고, 개인장사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국경지역에 살고 있는 다른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도발이 있기 전에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교두를 통해 북한에 입국하던 중국 사사여행자의 수는 하루 300명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손에 꼽을 만큼 줄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식량을 수입하던 북한 외화벌이 기관들도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북한 무역업자들과 거래하던 중국 대방들은 "앞으로 상황을 봐서 (북한에)들어가겠다"며 일체 업무를 중단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서해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시작된 북한의 국경통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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