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혁명성지’ 보천보 산림 황폐화

앵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항일 유적지로 유명한 보천보 일대 산림이 난도벌로 인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도 단속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추위에 떠는 주민들을 막을 길이 없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 주석이 북한에서 처음으로 항일의 총성을 울렸다고 주장하는 보천보전투.

이 일대 산림이 난도벌과 병해충 공격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고 양강도 출신 탈북자들이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양강도 보천군 출신 탈북자 박 모 씨는 "김일성이 보천보 전투를 지휘했다는 곤장덕은 난도벌과 송충이 공격으로 벌거숭이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박 씨: 보천보에 나무가 그렇게 많던 것이 곤장덕의 것을 다 찍어서 없어요. 지금 다 빨갛다니까요. 산에 사람이 하나 올라가면 다 보인다니까요.

해발 높이 1,005m인 곤장덕은 보천보 전투 당시 김일성 주석이 사령부를 정했던 곳으로, 20년 전만 해도 산림이 울창했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땔감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마구 찍어 땐 결과 벌거숭이가 되었다고 이 탈북자는 전했습니다.

지속되는 연료난으로 최근에는 혁명전적지 나무까지 손을 대는 주민들이 속출하자, 보위부와 보안서가 단속에 나섰지만, 주민들이 소리 나지 않게 밤마다 톱을 들고 달려들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구글지도로 보천보 시가지를 살펴보면 김일성동상 뒤에 나무가 몇 그루 있을 뿐 뒷산이나 도로 주변에는 대부분 나무가 없습니다.

양강도 출신의 또 다른 탈북자는 "2000년 중반에 나무 송충이가 한번 보천보 일대를 휩쓴 다음 나무가 빨갛게 병들어 죽었다"면서 "병해충을 막기 위해 삼지연 비행장에서 직승기(헬기)가 날아와 약을 뿌렸지만, 소용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김 씨 일가가 혁명의 성지라고 자랑하는 백두산 혁명전적지의 산림이 해마다 훼손되면서 자칫 보천보가 '벌거숭이 박물관'이 될 것이란 자조적인 실망이 나오고 있다고 이 탈북자는 현지 반응을 전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산림 훼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목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행위도 산림 황폐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됩니다.

이 탈북자는 "지금도 중국 무역상들이 백두산 일대에 상주하고, 가문비 나무와 전나무 등을 헐값에 사가고 있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식량을 사오기 위해 수십년 자란 백두산의 거목들을 싼 값에 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