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는 5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건강이 나빠진 김정일 위원장을 승계하는 북한 정권은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화를 버리고 정치 경제적 내부 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05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3년 동안 주한 미국 대사로 근무했던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는 외부세계에 위험한 사태보다는 오히려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버시바우 전 대사는 현재로선 김정일 위원장이 언젠가 사망한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은 만큼 한국과 미국 양국이 북한을 둘러싼 모든 급변사태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특히 북한이 남북 간 육로를 통한 왕래를 차단하고 미국만 상대하고 남한은 상대하지 않겠다는 소위 통미봉남 정책을 펴고 있는 데 대해서 미국 정부가 통미봉남 정책이 북한의 이익만 해치고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 아래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양국 간 이견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미 양국이 유례없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북한에 대해서 현실적인 접근을 한다는 측면에서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와 이명박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워싱턴으로선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 아래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한미 양국 간 정책공조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서 북한이 핵 무기를 보유하던가 국제사회와 정상적인 관계를 맺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점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버시바우 전 대사는 재임 기간 중 발생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한국민의 시위가 ‘의심할 여지없이 자신의 외교관 생활 중 가장 기이하고 당황스런 경험’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당시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싼 한국민의 반감 탓에 자신과 자신의 아내가 거의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시피 했다고 말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날 강연에서 노무현 한국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5년 11월 경주에서 있었던 정상회담에서 1시간 넘게 논쟁을 벌인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버시바우: 미국이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데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크게 우려했습니다. 양국 정상이 이 문제를 놓고 심한 논쟁을 1시간 넘게 계속했습니다. 결국 당시 경주 한미 정상회담은 역사상 최악의 한미 정상회담으로 기록됐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 핵문제를 놓고 의견 차이를 보였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주한 미국 대사관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국무부에 한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화를 통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의견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8일 열리는6자회담에 관해서는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이번 회담에서 검증 의정서를 둘러싼 견해차를 해소하고 차기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 핵문제를 넘겨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럽지만 희망적인 전망을 버시바우 전 대사는 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