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업들, 중 무역회사 상대로 사기 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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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무역회사들이 중국의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업제안은 대부분 신뢰성이 떨어지며 무역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중국 회사들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중국 단동 개발구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무역회사 사무실! 사무실 한쪽 켠, 작은 책상에 놓여있는 팩스에서는 연신 문건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팩스의 발신자는 이름만 대면 금방 알만한 북한 무역회사입니다.

대부분 “안녕하십니까? 조선의 강성대국 건설에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00무역회사입니다.”로 시작되는 이런 문건들은 대부분 무역 거래를 원한다는 내용입니다.

기자가 만난 단동의 한 무역회사 대표 노 모 씨는 “최근 이런 문건들이 하루에 수십 건씩 들어 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대부분 사기성이 높은 허황된 내용들이라서 대충 훑어보고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말했습니다.

노 씨는 지난 5월, 팩스로 날라온 북한무역회사의 무역거래 제안서를 보고 거래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결제대금 대신 무연탄을 받기로 하고 쌀 4백 톤을 먼저 북측에 보내주었는데 약속한 무연탄은 보내지 않고 “보내준 쌀이 남조선 쌀이어서 전부 호위총국에 압수당했다”는 팩스 한 장만 받았다는 얘깁니다. 노 씨는 “이제는 북한 무역기업의 사업제안서는 전부 사기성이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노 씨처럼 북한 무역회사를 믿고 거래를 시작했다가 낭패를 본 회사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중국 선양의 중개무역업자 왕 모 씨도 지난해 봄 5,600 kcal 이상 나가는 고 품위 무연탄 3,000톤을 북한 무역 회사를 통해 구매했다고 합니다. 왕 씨는 무역대금을 모두 지불한 뒤에야 북한에서 들여온 무연탄이 약속했던 것보다 품위가 떨어지는 5,000 kcal 제품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왕 씨는 구입한 무연탄을 인수하기로 한 중국회사가 인수를 거부해 큰 손해를 봤다고 합니다.

왕 씨도 북한에서 FAX로 보낸 문건이 연결 고리가 돼 북한 회사와 거래를 시작한 것입니다.

조선족 기업인 김 모 씨도 최근 북한기업의 팩스문건을 믿고 무역거래를 했다가 낭패를 보았다고 합니다. 김 씨는 “최근 들어 북한의 이름난 기업들이 FAX로 보내는 사업제안 문건이 부쩍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회사에서 담당자 이름만 다른 팩스 문건이 두세 건씩 중복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김 씨는 이 같은 북한 무역회사들의 전횡은 중국에서도 이미 경계하고 있지만 북측에서 워낙 유리한 조건으로 유혹하고 있어 이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또 “이런 제안을 해오는 북한 회사들 중에서도 북한의 힘센 기관이나 고위층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들이 뒤에서 봐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