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용 연료봉 구매에 유일한 장애물은 북한”

북한의 미사용 연료봉을 구매하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에 유일한 걸림돌은 북한의 핵 포기 여부라고 윌리엄 토비 전 미국 핵안보국(NNSA) 부국장이 밝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비 전 부국장은 23일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한 강연에서 북한이 사용하지 않고 남은 핵 연료봉을 한국 정부가 구매하려는 계획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토비: 내가 알기론 유일한 장애물은 북한이다. 만약 북한이 2005년 9월15일에 합의한 대로, 진심으로 모든 핵 무기와 현존하는 핵 시설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면 미사용 연료봉을 포기해야 논리적이지 않은가.

지난 주까지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핵안보국에서 부국장으로 근무하면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작업을 직접 지휘해온 토비 전 부국장은 이날 강연에서 핵 개발과 관련한 북한의 속내를 여전히 알지 못한다고 털어놨습니다.

토비: 핵안보국 소속 관리와 과학자들이 2007년 11월1일 이후 24시간 영변에 머물면서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을 감시하고 있다. 이런 경험에도 나는 아마도 현재 이 방 안에 있는 사람 가운데 북한이 (핵 개발과 관련해) 과연 무엇을 원하는지 예측하는 데 가장 서툴지 모른다.

그러나 토비 전 부국장은 미국과 러시아는 핵 무기와 물질을 협력해서 감축하면서 양국 간 관계가 더 발전했다며 ‘북한도 책임있게 행동하면 핵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과 관계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토비 전 부국장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북한과 이란 등 핵을 개발해온 나라에서 확산한 핵 장치(nuclear devices)가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핵안보국이 핵 무기와 핵 물질의 확산을 막는 데 지금까지 꽤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토비 전 부국장은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핵안보국이 핵 물질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감시를 과거 구 소련 국가 중심에서 북한과 남아시아로 전환했다(shifted)고 공개했습니다.

토비: 핵안보국은 핵 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시를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 수 년 동안 우리는 북한과 남아시아를 오가는 화물의 운송로(shipping lanes)를 감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토비 전 부국장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불능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협조적이었냐는 질문에 ‘아직 불능화가 끝나지 않았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미국에 제공한 알루미늄 관과 원자로의 가동을 기록한 일지에서 우라늄을 농축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주장에 대해서 토비 전 부국장은 자신이 ‘뭐라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만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