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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꽃제비들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조직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도 사태를 파악하고 있으나 해결능력이 없어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 꽃제비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돈벌이에 나서는 조직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평안남도) 순천시에서 또 꽃제비들을 이용한 마약 사건이 터져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며 “이번 사건 역시 지난해 함흥에서 일어난 마약사건과 비슷하다”고 전해왔습니다.
‘함흥마약사건’은 2010년 10월, 함경남도 보위부에서 퇴직한 전직 보위원의 신고로 북한당국이 함흥시에 국가보위부 검열그루빠(그룹)를 긴급 파견해 30여명의 필로폰 제조범들을 체포해 처형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보낸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마약제조범들이 꽃제비들을 납치해 필로폰 제조에 동원시키고 그 과정에 목숨을 잃은 꽃제비들을 굶어죽은 것처럼 가장해 길가에 유기하거나 매장해 버린 사건으로 북한 전역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사건의 결말은 지난해 11월 18일, 후계자 김정은에게 보고되었고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국가보위부가 새로운 검열조직인 ‘1118상무’를 조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다시 주목받는 ‘순천마약사건’은 평안남도 순천시 부흥동 일대에서 제대군인 무직자들로 조직된 범죄자들이 버려진 일용품공장 지하보일러실에 마약제조 시설을 갖추고 꽃제비들을 동원해 필로폰을 제조한 사건이라고 합니다.
적발된 범죄조직은 꽃제비들을 이용해 마약을 운반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돈을 요구하거나 비밀을 발설할 위험이 있는 꽃제비들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얼마 전 회령시 대덕리에서 ‘까치산 강 지주’로 불리던 한 늙은이가 뙈기밭을 모두 몰수당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성이 강가인 이 노인은 지금까지 꽃제비들을 강제로 동원해 무려 3정보의 개인 밭을 불법적으로 경작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도 꽃제비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켜 가을걷이를 끝낸 강 씨는 동원된 꽃제비들에게 쌀 한줌 주지 않고 모두 쫓아냈는데 감기에 걸린 어린 꽃제비가 밖에서 죽고 말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런가하면 9월 25일 경에는 무산역에서 두 명의 꽃제비가 다른 한 꽃제비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들은 딸보(밀수품)를 운반해서 번 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다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사법당국이 긴급 조사에 나섰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꽃제비들은 먹을 것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는데다 죽어 나가도 책임을 따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쉽게 범죄자들의 표적이 된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요즘 들어 꽃제비들을 이용한 범죄가 부쩍 늘어 큰 문젯거리로 되고 있다”면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지만 위에서도 마땅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 당국이 꽃제비들을 보호할 능력을 상실했음을 강조했습니다.